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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1일(水)
‘웰빙 지수’ 145國중 74위… 건강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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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빙이란 물리적 조건과 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독서(왼쪽 사진)와 명상(오른쪽 사진)을 통해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과 슬로푸드(가운데 사진) 중심의 식생활로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며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득, 재산 등이 일정 수준 뒷받침돼야 한다. 문화일보 자료사진

■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 ⑨ ‘웰빙 라이프’ 우리는 어디쯤 와있을까

파나마·코스타리카는 수위권
경제적 수준이 절대기준 아냐
물리적 조건과 정신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웰빙’

11개 지표 ‘더 나은 삶 지수’
OECD 38개국중 28위 그쳐
공동체 만족 37위·건강 35위
전반적 삶의 만족도는 5.8점
OECD 평균인 6.5보다 낮아
‘어려울때 도움 요청 가능한가’
“그렇다” 응답비율도 평균이하


◇ 웰빙이란 무엇인가 ?

한때 한국 사회를 휩쓸었던 웰빙(well-being). 지금은 그 열풍이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웰빙’은 한국 사회의 화두이다. 경제동물처럼 살아왔던 산업화 시대를 지나 이제는 질 높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으면 아무래도 삶의 질과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많은 연구는 그것이 꼭 행복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왔다.

2010년 미국국립과학원 학회보에 ‘고소득은 정서적 웰빙이 아닌 삶의 평가를 향상시킨다’는 제목의 논문이 실린 적이 있다. 이 글의 저자는 심리학자로서 행동경제학을 주창한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인데, 이들은 정서적 웰빙과 삶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는 변수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소득과 교육은 삶에 대한 평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지만, 건강, 보살핌, 외로움 그리고 흡연의 경우는 일상에서 느끼는 정서와 더 연관되어 있다고 말한다. 물론 소득은 웰빙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평균소득 7만5000달러까지는 소득수준과 웰빙 수준이 함께 움직이지만, 그 위로는 오히려 이 두 변수는 역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웰빙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먼저 웰빙은 우리 삶에서 물리적인 조건과 정신적인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즉 자본주의 사회인 만큼 물질적 부(富)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방식의 삶과 문화를 통해 육체적·정신적 건강과 만족을 유지하려는 것을 뜻한다. 슬로푸드 또는 보헤미안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보보스가 웰빙과 같은 콘셉트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그 일례이다. 예를 들면, 웰빙족은 육류, 가공식품, 패스트푸드보다 생선, 유기농산물 그리고 조리하는 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슬로푸드를 선호한다. 요가 또는 명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여행이나 독서 같은 취미생활을 추구한다. 이런 취향의 웰빙족을 대상으로 한 소비문화도 등장한다. 이를테면, 지역 소비문화에 기반을 둔 소규모의 파머스 마켓 또는 골목길 경제가 그러한 예이다.



◇ 한국의 웰빙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웰빙 수준이 높은 곳은 어디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해마다 집계하고 있는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BLI)는 11개 지표를 산정해 38개국의 삶의 질을 평가한다. 이 11개 지표는 시민참여, 교육, 안전, 주거, 고용, 삶의 만족도, 환경, 건강, 일과 삶의 균형, 공동체 의식을 포함한다. OECD는 2011년부터 BLI를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각 영역 지표는 프랑스 정부가 2008년에 개최한 ‘스티글리츠-센-피투시 경제적 성과 및 사회 발전 측정 위원회’의 보고서에 기반을 두었다. 스티글리츠-센-피투시 위원회는 국내총생산 외의 국가의 부와 사회개발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기관이었다.

2016년 BLI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은 총 38국가 중 28위로 하위권이었다. 영역별 순위로 보았을 때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공동체(37위)와 환경(37위)이 최하위권이었고, 일과 삶의 균형(36위), 삶의 만족도(36위), 그리고 건강(35위)도 매우 낮게 평가되었다. 이 중 공동체와 삶에 대한 만족도는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하여 측정되었다. 예를 들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76%였다. 이는 OECD 평균값인 88%보다 많이 낮은 수치이다. 또한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0점(매우 불만족)과 10점(매우 만족) 사이에서 고르라는 질문에서 한국은 5.8점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OECD 평균인 6.5보다 낮은 수치이다. 일과 삶의 균형은 여가와 휴식시간 길이와 장시간 근로자 비율로 측정했다. 이 중 여가와 휴식시간은 OECD평균과 비슷했지만, 주 50시간 이상 근무한 장시간 임금근로자의 비율(23%)은 다른 선진국의 거의 두 배였다. 환경에서도 한국인은 웰빙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살고 있는 지역의 수질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율로 측정한 수질 평가(78%)도 OECD평균(81%)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대기오염이었다. 세제곱미터(㎥)당 미세먼지 농도로 살펴본 대기의 질에서, 한국의 대기 오염 수준(29㎎/㎥)은 OECD 평균(14㎎/㎥)의 두 배가 넘는다. 객관적 수치인 기대 수명은 다른 선진국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개인이 느끼는 자신의 건강상태는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소득수준은 OECD 평균 수준보다 낮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주거 조건이나 직업 문제는 평균에서 크게 처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높게 평가된 영역은 교육(6위)과 정치참여(10위)였다.

앞서 언급했던 카너먼과 디턴이 활용한 자료는 ‘갤럽-헬스웨이 웰빙지수’로, OECD의 BLI와는 달리 여론조사만을 활용해서 측정한 지수이다. 갤럽-헬스웨이 웰빙지수에 의하면 미국에서 웰빙 수준이 가장 높은 주(州)는 하와이이고 그다음은 알래스카, 사우스다코타, 메인, 버몬트, 콜로라도, 애리조나 그리고 몬태나이다. 애리조나를 제외하면 모두 이렇다 할 대도시가 없는 지역이고 주의 인구 또한 적은 편에 속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미국의 가장 부유하고 화려하며 문화적으로도 풍부한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가 아닌 것이다.

국제적 비교에서도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갤럽-헬스웨이 웰빙 국제 지수에서 한국은 145국가 중 74위로 중간쯤 위치해 있다. 이는 (인정하기 힘들겠지만)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나 삶의 윤택함이 낮을 것으로 짐작되는 루마니아, 이란, 마케도니아, 요르단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민의 웰빙 수준이 가장 높게 평가되는 국가로는 파나마, 코스타리카,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이 꼽혔다. 덴마크, 오스트리아는 그렇다 쳐도, 코스타리카나 파나마는 의외라 생각할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제 수준이나 평균수명이 파나마나 코스타리카보다 훨씬 높지만, 웰빙 수준은 낮았던 것이다. 또한 한국의 응답자 중 45세 이상이 젊은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고령화가 더욱 심해질 미래에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큰 사회적 과제가 될 것이다.



▲  김지윤·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웰빙 사회 만들기

이쯤 되면, 한국의 많은 웰빙족은 도대체 누구일까 궁금해진다. 국가적·사회적 웰빙지수는 이토록 낮은데, 어쩌다가 ‘웰빙’ 바람이 분 것일까? 분명한 것은, 웰빙 수준은 단지 거시 경제적 수치뿐 아니라 사회의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개인의 물질적인 소유와 재산 여부는 웰빙의 필수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웰빙’ 정책이 있을까? BLI 자료에 맞추자면 장시간 근로자의 근로환경을 향상시키거나 환경 문제에 국가적 자원을 쓰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미세먼지나 황사의 경우, 이웃 나라를 탓하기 전에 분명히 해결해야 할 국내적 요인이 있다.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든지 신재생 에너지 활용을 위해 기술투자 정책 방안을 수립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하다. 그 과도기에 적절하게 원자력 에너지 공급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건강과 관련된 문제에서 흥미로운 점은 개인의 건강상태 인지도이다. 평균수명이나 의료시설에서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인데, 그 안에서 살고 있는 개인은 자신의 건강이 안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또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별로 놀랍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여전히 ‘술 권하는 사회’인 듯하다. 15세 이상 인구 1인당 평균 음주량은 OECD 평균인 5.3ℓ의 두 배에 가까운 9.1ℓ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호주 다음으로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국민이 한국인이다. 그나마 흡연율은 그동안의 금연구역 설치나 건강에 신경 쓰는 트렌드 덕분인지 OECD 평균치인 17.3%에 머물렀다.

비만율도 심상치 않다. 물론 한국인의 비만율은 대체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세계 평균 영양 섭취량(2870㎈)에 비해 높은 수준(3329㎈)이라 곧 비만율도 따라잡을 듯한 기세다. 특히 청소년 식습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5~17세 청소년 인구의 비만율은 22.5%로 OECD 평균을 넘을 뿐 아니라 조사 대상 40개국 중 12위이다. 식습관까지 정부가 관여해야 하나 싶지만,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미셸 오바마 여사가 ‘레츠 무브(Let’s Move)’ 슬로건까지 선보이며 비만퇴치운동에 앞장섰던 것을 보면 ‘정부금지구역’은 아닌 듯하다.

누구나 웰빙을 추구하고 싶을 것이다. 코스타리카나 파나마 국민보다 건강하지 않고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한국인이 안쓰럽다. 이젠 경제 발전만 외치며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던 국가나 기업이 좀 도와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바쁘게 사는 우리 사회의 사고를 되돌아보고 우리 삶의 우선순위를 바로 잡는 데 정부는 물론 기업과 사회 기관들도 시민들의 정신 건강에 신경 좀 써주길 바란다. (문화일보 10월 11일자 28면 8 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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