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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1일(水)
“국도극장 보존 여론에도 결국 철거… 덕분에 등록제 도입돼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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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진 문화재청장이 조선시대 행정관원들이 드나들던 경복궁 유화문(維和門) 앞에서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김종진 문화재청장

취임 직후 ‘소통 확대’ 최우선
지킴이단체·수리전문가 만나
‘진정성 갖고 노력해달라’부탁

문화재 해외유통금지 기준 중
‘제작 후 50년’ 적정한지 봐야
공청회 등 열어서 풀어나갈 것

문화재, 지역발전 걸림돌 아냐
부가가치 자산으로 활용 가능
우선 잘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

문화재-문화시설-지역상권 등
한데 묶은 ‘문화재 夜行’ 확대
도시재생委에도 활용방안 제안


김종진 문화재청장을 얘기할 때 세간에서는 흔히 그를 지방직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문화재청 차장을 거쳐 청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묘사한다. 그러나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김 청장처럼 평생을 문화재 업무에 종사해온 이가 문화재청장에 올라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재 행정 전문가가 청장을 맡았으니 이제야말로 문화재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취임 당시의 그 같은 반응은 문화재 분야가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곳이라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내부 승진은 그만큼 조직을 잘 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김 청장이 처음 부임해 한 일이 궁금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소통의 확대’다

“문화재 행정의 파트너인 문화재 지킴이 단체, 수리 전문가 등 관계자들을 제일 먼저 만나 부탁드렸어요. 문화재는 가치행정인 만큼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요. 힘들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면 그것이 기초가 돼서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애정이 커지지 않겠냐고 말씀드렸어요. 그런 대화를 하며 현장 얘기도 많이 들었죠. 현장의 요구는 점진적으로 정책에 반영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실 김 청장이 그처럼 현장을 찾아다니며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은 것은 각종 문화재 현안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여기에는 평소 겸손하게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김 청장의 성격도 물론 한몫했다.

현재 문화재청에는 몇 개의 큰 현안이 걸려 있다. 그중 하나가 반구대 암각화다.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겨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재청은 사연댐 수위를 낮게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저수량 부족으로 울산 시민들이 물 부족 사태에 처하게 된다.

“문화재 보존과 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시간이 걸려도 양쪽이 다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찾아야 합니다. 잘 해결되면 국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선례를 남기게 될 것입니다.”

그 외에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문제,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 진위 공방 등의 문제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천연기념물분과가 지난 10월 25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회의를 열어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현상변경 안건을 재심의해 부결했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지난 6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고 결정한 상황이어서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에도 문화재청은 현상변경을 허가해줘야 할 처지다. 또 고려시대 불경인 ‘증도가’를 인쇄했다고 주장하는 증도가자의 진위도 계속 논란 상태다.

“증도가자의 경우 기존 논의도 검토해야 하지만 새로운 입증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돼 가치를 인정받으면 세계 활자 역사를 바꾸는 큰일인 만큼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죠. 건설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학계 등에서 새 연구자료를 제공하면 저희도 검토하겠습니다.”

국정과제인 가야사 복원도 현안 사업 중 하나다. “최근 발굴조사 성과를 보면 가야 세력이 영남뿐만 아니라, 호남 동부지역까지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영호남 가야문화권 지역에 대한 기초 현황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중장기 조사연구계획을 2018년에 수립할 계획입니다.”

김 청장은 지난 8월 취임하면서부터 “지역의 문화재를 활용해 부가가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을 물어보았다.

“그동안 문화재는 지역 주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대상으로 여겨져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문화재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주민들이 언제든지 가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합니다. 문화재청은 고택, 향교, 산사 등 닫혀 있던 문화재를 개방해 공연, 강의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상설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확입니다. ‘문화재-문화시설-지역상권’을 한데 묶은 대표적 활용사업인 ‘문화재 야행’도 확대 추진하겠습니다. 정부의 도시재생특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에 문화재청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근현대 자산을 잘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제안할 계획입니다.”

오래된 숙제인, 해외에 불법 유출된 문화재의 환수도 김 청장에게는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 중 하나다. 국외 문화재는 20개국에 약 16만8330점이 소재하고 있으나 반출 과정의 불법·부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국내에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향후 ‘출처조사’와 ‘경매 모니터링’을 통해 외국에서 도난 문화재가 확인되면 단계적(우호적 방식→강제적 방식)으로 환수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국외 소재 문화재의 범위가 확대돼 이제는 부동산까지 포함됩니다. 건물 등 부동산은 국내 환수가 어려운 만큼 복원해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2012년 미국 워싱턴 대한제국 공사관을 매입해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뿐만이 아닙니다. 정당하게 나가 환수가 어려운 문화재는 외국에서 박물관 등 의미 있는 공간에 나와서 전시되는 것도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현재, 유형의 문화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을 보물로 지정하고, 그중에서 가치가 특별히 큰 것을 국보로 정하고 있다. 그리고 국보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런데 한때 시민단체에서 국보 1호를 ‘훈민정음 해례본’으로 교체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국보 지정시스템에 대해서도 김 청장은 소신있게 생각을 밝혔다.

“같은 종별(국보·보물) 내에서는 역사적 가치나 중요도에 따라 서열을 정할 수 없으며 숫자는 관리번호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숫자와 관련한 개선은 현 단계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가지정문화재, 시도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예비문화재 등 문화재 분류가 복잡하고 다양하게 돼 있어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라도 분류 체계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를 장기 과제로 삼고 연구 용역을 준 상태입니다.”

김 청장이 취임하며 서울 종로구 인사동 화랑가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 거래량이 급격히 떨어지며 위축되고 있는 고미술시장의 회생에 대한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화상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 위축의 가장 큰 요인인 위작 추방과 문화재의 해외 방출을 지나치게 규제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이다. 김 청장은 위작 근절 방안부터 얘기했다.

“문화재 지정을 위해 정부가 진위를 규명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이지만 고미술 작품은 물론이거니와 일반 미술품이나 창작품 등 시장에서 유통과정에 있는 것을 국가가 감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시장 자체적으로 서로 교육하고, 감정 전문가를 양성해서 신뢰받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정부는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경우에 따라 예산 지원도 할 수 있겠죠.”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현재 서울 인사동, 삼청동 화랑가와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경매사에서 문화재보호법 규정 가운데 문제시하는 것은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된 고미술품 중 문화재로서 가치가 있을 때 해외 반출(유통)을 규제한다는 조항이다. 화상들은 입을 모아 고미술품이 문화재보호법 때문에 국내에 묶여 해외 반출이 어렵다 보니 나라 안에서만 맴돌고, 결국 값이 하락한다고 지적한다.

“전쟁과 재난 등으로 문화재들이 심하게 훼손되거나, 문화재 수탈이 극심해서 현존하는 문화재들이 희소해진 국가에서는 문화재 국외 반출에 대해 엄격합니다. 다만 문화재의 해외 반출금지 기준(50년)의 적정성, 반출품목의 상세·구체화가 필요하다고 보며, 외국의 사례를 조사해 봐야 한다고 봅니다. 세미나나 공청회도 해보고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풀어가야 할 문제입니다.”

요즘에는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것도 그 같은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서다. 김 청장 역시 문화재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트인 안목의 소유자다.

“문화유산은 중요한 관광자원입니다. 고품격의 관광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죠. 다만 관광자원이라고 할지라도 문화재는 잘 보존됐을 때 진정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역시 각 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이자 관광자원입니다. 문화재청장으로서 세계유산을 적극 활용해 관광자원으로의 효용성을 높이겠습니다.”

김 청장이 문화재 업무와 인연을 맺은 지 벌써 40년이 다 돼 간다. 김 청장이 겪었던, 그동안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기억은 우리 문화재 행정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1999년도였어요. 근대문화유산인 서울 을지로 국도극장 철거 당시 이야기입니다. 영화인들의 추억이 있는 극장인데다 영화 분야에서는 의미 있는 건물인 만큼 영화사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라도 남겨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지만 철거됐지요. 국도극장 철거를 통해 근현대 건축물 보존도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2002년 근현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문화재등록제도를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보람 중의 하나로 기억됩니다.”

사람들은 문화재가 소중하다고 학교에서 배운다. 그러나 이를 절실히 느끼는 이는 많지 않다. 평생을 문화재 행정에 몸담아온 김 청장은 왜 문화재가 소중하다고 여기고 있을까.

“교과서적인 당위성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경험을 통해서 느껴야 합니다. 경주를 보세요. 석굴암, 동궁과 월지 등 문화재들이 지역 정체성을 규정하고 지역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재가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아니고 오히려 추진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만 알아도 문화재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할 겁니다. 유럽은 역사, 문화 환경도 보존하면서 산업 고도화도 이뤄냈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문화재청이 할 일입니다.”

인터뷰 = 이경택 부장(문화부) ktlee@munhwa.com
e-mail 이경택 기자 / 문화부 / 부장 이경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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