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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정찰記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1일(水)
北체제 변혁 ‘大전략’ 구사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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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북핵(北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김정은 북한 정권의 속성을 직시해야 한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한 상태다. 북한은 2012년 헌법을 개정하며 ‘핵보유국’으로 명기했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란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이 대화를 애걸하는 것도 핵 때문이며, 아니면 무시당할 것이란 점도 잘 인식하고 있다. 아니 체제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 북핵 협상은 김정은에게 핵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 수단 혹은 위기 모면용일 뿐이다. 이 사실은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모두 휴지 조각이 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이 대화나 협상으로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어선 안 된다.

이에 암(癌)과 같은 북핵을 제거하기 위해선 대증요법에만 매달리지 말고, 고통스럽더라도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방 타격(preventive strike)·외과 수술적 타격(surgical strike) 등이 그것이다. 물론 북한의 전면 도발이 명확할 경우, 전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전쟁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감내하기 힘든 피해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孫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냉전(cold war)의 설계자’ 조지 캐넌이 구상했던 봉쇄 정책을 북한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선 냉전 체제에 대해 매우 부정적 견해가 강하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 직후인 1815년 빈 회의 체제 시기를 제외한다면, 유럽이 냉전 시기만큼 오랜 평화를 누린 적이 없다. 이에 냉전은 ‘긴 평화(long peace)’로 불린다. 그리고 냉전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열전(hot war)’이다. 또, 핵은 1945년 8월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이외엔 사용된 적이 없다. 물론 그 전제가 있다. 미·소 냉전체제하에서 ‘공포의 핵 균형’이 구축돼 있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 미국이 소련을 상대로 했던 것처럼, ‘공포의 균형’으로 북핵 사용을 억지하는 한편, 국제적 봉쇄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면서, 이념전으로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는 장기적 대전략(grand strategy)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첫째, 압도적인 군사적 억지(deterrence)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 역량의 기초는 한·미 동맹에 기초한 한·미연합군이다. 미국이 동맹국이나 우방국에 확장해 제공하는 ‘확대억지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미군 전략자산 순환 배치·전술핵 도입 등을 통해, 북핵 보복 능력을 갖춰 핵을 사용할 경우 김정은과 그 일가가 멸족당하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한국군의 북핵 억지 및 대북 보복 능력을 대폭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최근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걱정된다.

둘째, 국제적 봉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마침 전 세계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며 대북 제재에 나서고 있다. 한국이 앞장서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북한이 자산이 아니라 부채(負債)임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또 일본과의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대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도 냉전 시기 소련의 위협에 함께 맞섰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잘못 풀면, 한·미 동맹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인도적 지원이란 명분으로 북한에 퍼줘선 안 된다.

셋째, 북한 변혁 역량을 육성해야 한다. 냉전은 소련의 붕괴로 해결됐다.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는 북한이 붕괴하든지, 최소한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고 개혁·개방 세력이 집권해야 가능하다. 따라서 북핵 해결의 진정한 주체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북한 주민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바깥세상의 정보를 북한 내부로 유입시키는 노력을 끈질기게 진행해야 한다. 북핵의 근원은 남북 간의 이념·체제 대결이다. 이 점을 망각하고 감상적 민족공조론에 빠진다면 김정은에게 농락당할 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내에 소련 공산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이 말한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3대 역량 강화’를 통한 북한 김정은 체제 변화 장기 전략을 교조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냉전 시기 미국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화 자체를 피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련에 이오시프 스탈린이 죽고 니키타 흐루쇼프가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된 이후에나 데탕트(detente)를 위한 미·소 대화가 가능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또 전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상 대비해야 한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전쟁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기 위해 막대한 군비(軍費)를 투입한다는 ‘전쟁의 역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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