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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1일(水)
제2 사우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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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중동은 건설공사에 악조건투성이다. 낮 기온이 예사로 섭씨 50도를 넘는 살인 더위, 모래뿐인 불모의 땅, 비도 내리지 않아 식수마저 부족한 곳. 그러나 누군가에겐 절망이 기회가 된다. “더운 낮엔 자고 밤에 일하면 된다. 시멘트에 필수인 모래가 지천이다. 비가 안 오니 공치는 날이 없다. 물은 유조선 빈 탱크에 담아 왔다가 기름을 채워 가면 된다.” 중동 건설의 지휘자였던 고 정주영 현대건설 창업주의 말이다. 한국 건설의 중동신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현대건설이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그 하이라이트였다. 당시 ‘20세기 최대 역사(役事)’로 불릴 정도의 스케일이었다. 어렵사리 응찰 티켓을 쥔 것부터, 최저가에 ‘공기 8개월 단축’ 조건을 걸고 따낸 과정은 행운과 반전의 연속이다. 수주액 9억3114만 달러는 한국 예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외환이 바닥났던 시절 선수금으로 받은 2억 달러는 국가 경제에도 숨통을 틔웠다.

모든 자재는 직접 실어날랐다. 울산 조선소에서 주베일까지는 1만2000㎞, 10층 빌딩 규모의 해상 구조물 재킷(jacket) 89개를 19번에 걸쳐 바지선으로 옮겼다. 그걸 흔들리는 파도를 견디며 한계 오차 5㎝ 이내로 설치했다. 힘겨운 여건에서도 공기 단축 약속 또한 지켰다. 그때 한국인이 보여준 열정과 기술력은 사우디아라비아 사람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또다시 초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네옴(NEOM)’은 탈(脫)석유 시대를 내다본 미래형 첨단 신도시다.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크기에, 5000억 달러(562조 원)를 헤아리는 투입 비용까지 입이 쩍 벌어진다. 더 놀라운 건 세금·외환·노조 등 혁신을 저해하는 어떤 규제도 없는 공간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극단적 보수 성향의 사우디에서 이슬람 율법 ‘샤리아’ 적용 완화까지 거론할 정도다. 사우디는 별도로 원전 2기(2.8GW)를 곧 발주하고, 2040년까지 100조 원 규모의 원전을 더 짓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왕세자는 네옴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꿈을 꾸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고 했다. 두바이·카타르를 능가하는 비즈니스 도시를 앞세워 국가를 개조하려는 ‘사우디의 드림’은, 한국 기업엔 또 한 번 찾아온 ‘사우디 드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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