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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1일(水)
권력의 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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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청와대가 국회에서 부결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카드를 고집해 권한대행체제로 1년을 가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조속히 헌재소장을 임명해 달라’는 핀잔을 듣고서야 이진성 헌법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로 지명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이수 소장 대행체제 장기화 구상이 거센 역풍을 맞고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을 헌재소장이 아닌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하면서 헌법재판관 9인 체제를 완성해 놓고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하겠다고 거듭 오기를 부렸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유남석 재판관을 소장 후보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의 재판관 청문회도 쉽지 않게 됐고, ‘이진성 소장 카드’는 이에 따른 부득이한 내년 9월까지의 한시적 선택으로 보인다. 헌정사 초유의 헌재소장 9개월 부재 사태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욕심 때문이다. 자신이 임명한 소장이 6년 임기를 다 채웠으면 하는 소망이 모든 선택을 꼬이게 했다.

청와대는 헌법재판소법을 고쳐 헌재소장 임기를 6년으로 정해달라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다. 헌법 제111조 4항은 ‘헌재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12조 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한다’고 돼 있다. 논리학을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이 두 헌법 조항은 ‘헌재소장은 기존의 재판관 중에서 임명해야 하며, 그 임기는 재판관의 잔여임기다’라고 이해하는 게 정상이다. 이 헌법 조항을 놔두고 소장의 임기를 6년으로 헌재법을 고쳐도 당연히 위헌이 되기 때문에 말짱 헛일이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의 헌재법을 고치자는 주장은 위헌 법률을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가 각 헌법재판관 3명씩을 지명하도록 한 건 삼권분립의 정신을 살린 것으로, 어느 한 권력이 헌재를 장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3분의 1만의 지명권을 갖고 있는데, 그가 헌재소장으로 지명한 재판관이 임기를 절반 이상 지난 상태에서 다시 6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면 권력분립의 정신을 어기고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1명을 더 지명하는 셈이 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지명 후 터져 나온 여러 의혹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비호는 ‘내로남불’과 오만의 극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린 덕에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하게 된 그가 정작 자신은 장모의 수십억 원 재산을 아내와 딸의 명의로 쪼개기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다. 그러나 청와대가 ‘홍종학 카드’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이 과거 야당 때 세금을 줄이기 위해 상속 지분을 나누는 쪼개기를 비판하던 것에서 180도 태도를 바꿔 ‘합법적’ ‘상식적’ ‘합리적’ 절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보기 딱하다. 심지어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분들도 쓰신 대로 살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지 않다면 아무런 비판도 하지 말라는 이런 근본주의적 언사는 허무주의적이고 퇴행적이다. 그에게 이런 말을 돌려주고 싶다. “앞뒤가 다르게 살아왔다면 최소한 청문회에 서는 공직에는 나오지 말아야 한다.”

sdgi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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