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사람들>“도쿄올림픽 金메달은 내 것”… ‘꼬마 현정화’ 强스매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22일 충북 단양의 단양국민체육센터에서 13세 국가대표 신유빈이 현정화 렛츠런파크 탁구단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서브를 구사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13세 탁구 신동’ 신유빈

선수 출신 아빠덕 어릴 적 입문
초등생때 대학생 언니 꺾기도
올 8월 최연소 태극마크 달아
1년새 14㎝ 커 공격 힘 붙어
웨이트 거르지 않아 ‘王체력’

현정화 “최강 중국과 붙어도
기죽지 않는 자신감 키워야”
신유빈 “현 감독님께 배우며
올림픽 金 상상하며 훈련 견뎌”

제98회 전국체전 탁구가 열린 지난 10월 22일 충북 단양의 단양국민체육센터. 대한민국 여자탁구의 미래로 평가받는 ‘신동’ 신유빈(13·청명중 1년)은 살짝 긴장했다. 1988 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슈퍼스타 출신 현정화(48) 렛츠런파크 탁구단 감독과의 만남을 앞뒀기 때문.

현 감독이 나타나자 신유빈은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고, 현 감독은 35년 후배에게 따듯한 미소를 보냈다. 그제야 안도의 웃음을 지은 신유빈. 현 감독이 “한국 탁구의 미래를 이끌 스타인데 사진에 예쁘게 나와야 한다. 머리핀을 꽂고 오라”고 권하자, 신유빈은 재빠르게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신유빈이 ‘단장’하기 위해 자리를 뜨자 현 감독은 “이제 주인공은 내가 아닌 신유빈”이라며 “나보단 신유빈에게 많은 질문을 해달라”고 취재진에게 요청했다.

신유빈에게 ‘탁구 신동’이란 수식어가 붙은 건 지난 2009년이다. 당시 5세 꼬마였던 신유빈은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꼬마 현정화’로 불리면서 동반 출연한 현 감독과 랠리를 주고받아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신유빈은 남다른 DNA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신수현(45·수원시탁구협회 전무) 씨는 탁구선수 출신.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다니며 자연스럽게 탁구를 익혔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나이와 상관없이 출전할 수 있는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 언니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고, 같은 해 전국종별학생대회 초등부에선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세웠다.

그리고 중학생이 된 올해 8월엔 세계주니어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고교 언니들을 잇달아 제압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2003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신유빈은 남녀 통틀어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신유빈의 목표는 현 감독처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것. 신유빈은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엔 16세, 파리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엔 20세가 된다. 현 감독이 서울올림픽 시상대 맨 위에 올랐을 때의 나이는 19세였다.

신유빈은 “현 감독님께선 중학생 시절부터 언니, 오빠들과 경쟁하면서 강해져 올림픽 메달을 획득했다”면서 “현 감독님에게 배우고 싶고, 현 감독님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부쩍 자란 후배가 기특한 듯 다정한 눈길을 보낸 현 감독은 그러나 “세계 최강인 중국, 그리고 일본의 벽을 넘기 위해선 유빈이가 더 강해져야 한다”며 “특히 중국과 붙어도 기죽지 않는 자신감, 필요할 때 점수를 얻을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유빈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뒤 훈련량을 대폭 늘렸다. 신유빈은 “지금은 기술을 익히고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초 체력이 무척 중요하다”면서 “운동이 정말 힘들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곤 한다”고 털어놨다.

현 감독을 보면서 머릿속에 새겨넣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신유빈은 “다행히 멋있고 잘 생긴 ‘아이콘’의 노래가 나를 위로해준다”면서 “아이콘의 노래를 들으며,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훈련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150㎝를 갓 넘었던 신유빈은 어느새 164㎝까지 자랐다. 신유빈은 “공격적인 성향인데, 키가 크면서 힘이 붙어 더 강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신유빈이 가장 좋아하는 먹거리는 닭발. 신유빈은 식욕이 왕성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도 거르지 않으면서 체력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됐다.

신유빈은 오는 26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주니어선수권에 대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전국체전엔 중등부 경기가 없어 출전하지 않지만, 고교생 선배들과 함께 훈련하기 위해 단양을 찾았다. 신유빈은 “세계주니어선수권 출전 대표로 뽑혀 기분이 완전 좋았다”면서 “중국, 일본 선수들 벽이 높지만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고 항상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국제무대 경험이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나도 제2, 제3의 신유빈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탁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다. 서울올림픽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메달을 1개도 획득하지 못했다. 신유빈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 현 감독은 “유빈이가 지금까지처럼 계속 성장한다면 한국탁구의 국제경쟁력을 1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감독은 “일본탁구는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일본은 한국을 넘고자 유소년에 집중 투자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렸다”면서 “반면 우리는 그동안 유소년을 홀대했는데 유빈이와 같은 유망주를 아낌없이 지원해야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유빈은 무척 적극적인 성격. 그의 부친은 운동선수의 길이 험난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의 딸을 선수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신유빈은 “탁구가 너무 재미있어 아빠에게 탁구선수가 되겠다고 졸랐다”면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겁고, 미래와 꿈을 향해 하루하루 나아가기에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단양 =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