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산업 육성>국회서 ‘잠자는 法’ 깨워야… 新성장동력도 ‘기지개’켠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광·핀테크 등‘제도적 인프라’
규제프리존·서비스업·은행法
입법지연, 혁신산업 도입 늦춰

개인정보 비식별화 합의점 찾아
데이터 자유접근 권한 주어져야
원격진료 등 바이오산업도 발전

“의료복합산업 수출산업화통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수 있어”

문재인 정부 출범 반년이 다 돼가는 이 시점까지 최저임금 인상·통상임금 법제화 등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신성장 동력의 청사진은 제대로 제시되지 못한 상태다. 신(新)산업을 개척해야 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로봇 등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과 구(舊)산업을 이어가야 할 과학기술 벤처, 의료·금융·법률 등 고부가 서비스산업도 컨트롤 타워 실종과 이해집단의 칸막이 규제 사수에 발목을 잡혀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다.

보수·진보 정권을 넘어 차세대 산업 육성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할 필수 법안은 굵직한 것만 헤아려도 10여 개에 달한다. 여야 모두 필요성을 인정한 규제프리존법은 물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의료법·은행법 등은 제조업에 이어 ‘새 일자리’의 보고가 될 의료·관광·핀테크 등 새 서비스업을 개척하는 데 밑거름이 될 제도적 인프라다.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빠르게 융합하는 환경 속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정보 서비스 등 혁신 기술형 서비스업의 도입이 지체되고 있다.

실제 국내 제조업의 연관 서비스 매출 비중은 2006∼2010년 5.3%에서 2011∼2015년 5.1%로 뒷걸음질했다. 제조업의 서비스업 부문 인력도 2011년 15만5000명에서 2015년 13만8000명으로 줄어들었다. 유형의 제품 제조에만 집착하는 ‘굴뚝 마인드’로는 4차 산업혁명 시기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뿐 아니라, 우리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회도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다.

현장에서도 신속한 제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와 서비스산업총연합회는 지난 9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 공동 건의문을 채택했다. 제조업 위주의 무역협회와 서비스산업 관련 단체가 특정 법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최중경 서비스총연합회 회장은 “관광·의료기기·운수업·통역 등을 수반하는 의료복합 산업의 수출산업화를 통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건의했다.

서비스산업법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 유관 법안들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우선, 개인 정보 보호 제도의 보완이다. 인터넷 전문은행·핀테크·원격의료·바이오산업 등에 활용될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의 기초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개인 정보를 산업적으로 활용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시민단체에서 우려하는 인권침해 논란을 방지할 비식별 정보(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범용 정보)의 경계선과 개인 정보 비식별화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 4차 산업혁명 기업들이 21세기의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 불리는 데이터에 자유롭게 접근할 환경을 조성해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합의점을 모색하는 개인 정보 보호법 자체가 아직 국회에서 잠 자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는 민영화에 대한 오해 불식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의료법 통과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민영화를 통한 의료 서비스의 부익부 빈익빈에 대한 우려였다. 의료 서비스를 철저한 공공 영역으로 인식하는 한, 산업화에 필수적인 거대 자본 투입과 ICT 접목 등 혁신은 불가능하다. 공공 의료와 민영 의료를 병행하고, 원격의료 등 초기 서비스를 서민용 보급 기술로 적극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합의하기 곤란한 첨예한 부분만 빼고 나머지를 선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실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 분야에서 ‘보건의료’를 제외하고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