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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Consumer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2일(木)
새 책 없고 대출 안 되고… 전자책도 보기 힘든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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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 1회 3시간씩
도서관 안에서만 읽을 수 있어
서울시교육청 전자도서관에선
베스트셀러 찾아보기 힘들어

출판사, 종이책 판매하락 우려
도서관, 구입비 부족이 主원인
소비자 “e북 이용 참~ 힘들다”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계 영국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石黑一雄)의 작품들이 요즘 각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다. 간병사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돼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린 ‘나를 보내지 마’(민음사),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따라가며 잃어버린 사랑의 애잔함에 대해 내밀하게 써내려간 ‘남아 있는 나날’(민음사) 등은 각 서점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종이책뿐 아니라 e북도 인기다. 하지만 종로·강남·서대문도서관 등 서울 시내 19개 공립도서관이 소속된 서울시교육청 전자도서관에서는 이시구로의 작품을 전자책으로 찾아보기
어렵다.이시구로의 책뿐 아니라 요즘 독자들이 두루 찾는 책들도 볼 수 없다.

신간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래된 화제작도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최근 출간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재일 학자 강상중의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사계절), 인문 분야 스테디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김영사), 올해 내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설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의 전자책도 찾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 전자 도서관은 1만3900여 권의 전자책을 비치한 곳으로 보유 규모에서 크고 운영도 잘 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 아쉽다. 아직 전자책이 매출규모 면에서 한국 출판 전체의 1.5%(2015년 기준)밖에 되지 않지만 유비쿼터스, 모바일 시대,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전자책을 찾아 읽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물론 국립중앙도서관에 가면 국내에서 나오는 모든 전자책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 관련법 개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전자책, 오디오북,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의 납본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표준도서번호(ISBN)를 부여받은 전자책은 물론 오디오북, 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ISSN)가 있는 전자저널은 모두 간행 직후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의 온라인 자료는 물론 오프라인 자료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디지털 파일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전자책들은 모두 국립중앙도서관디지털도서관(www.dibrary.net)을 통하여 서비스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중앙 도서관 관내로 한정돼 있다. 독자들은 전자책을 국립중앙도서관 안에서만 볼 수 있고, 그것도 한번 볼 때 최대 3시간씩 시간 제한을 두고 있다. 다만 하루에 최장 3시간씩 여러 번을 볼 수는 있다. 독자들은 전자책이라면 공간에 구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인데, 관내 대출만 된다면 그것이 전자책이라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책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불편한 현실은 저작권 보호의 문제, 도서관 전자책에 대한 출판계와 도서관의 입장 차이, 보다 근본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한 도서관 도서 구입비와 시대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정책적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때 전자책이 종이책을 압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실제로 전자책이 도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서점에서 전자책 판매가 급증하는 등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교보문고, 예스 24 등 각 서점에서는 올해 전자책 판매가 전년 대비 10~30%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문제는 작가와 출판사 쪽에서는 여전히 도서관이 전자책을 구입해 독자들에게 서비스할 경우 전자책의 파급력 때문에 책 판매에 부정적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가 원본 그대로, 영구적으로, 다수에게 무방비로 개방될 경우 ‘디지털콘텐츠 대란’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저자와 출판사는 해킹의 위협에 대해서도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저작권에 대한 보호 장치 없이 여러 도서관이 블록을 형성할 경우 전자책 한 권을 구입해 이들 블록에 있는 독자들이 무한대로 책을 볼 수 있거나, 더 나아가 온라인 서비스의 특성상 블록 밖에 있는 독자들도 무한대로 책을 볼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도서관의 전자책 구입 방식은 도서관과 출판사의 직접 계약이 아니라 전자책 유통사가 수천 권의 리스트를 한꺼번에 발주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때 특정 책을 공짜로 끼워 주는 경우도 있어 저작권 보호와 상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제도적·법적 장치가 미비한 상태다. 저작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해킹당할 경우 엄청난 손실을 떠안아야 하는 작가나 출판사 그리고 이용자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도서관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적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만, 서로의 입장 차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또 전자책의 경우 온라인이라는 특성상 공공대출권 문제가 종이책보다 훨씬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는 물론 전자책 유통사들도 지금 시장에서 잘 팔리는 전자책들은 도서관에 판매하지 않으려 한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에서는 인기 있는 책을 보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상황으로 귀결된다. 또 도서관은 낱권으로 구매가 가능한 종이책과 달리 1000권, 2000권씩 묶음으로 전자책을 구입하고 있다. 당연히 새로운 신간 전자책을 발 빠르게 비치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는 보다 근본적으로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 부족과도 연결된다. 일괄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전자책은 각 도서관의 도서 구입비 중 대략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공공도서관의 장서 구입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공공도서관 전체 운영비 가운데 장서 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12%에서 2010년 11%, 2015년 9.4%로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학위 논문을 쓴 정진한 영진전문대 도서관 사서는 현실적으로 학술서적, 대학교재, 전공서적 위주로 1단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그는 “결국 국가적 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도 현실적인 단계적 방안을 제안했다. “도서관에서 우선 종이책으로도 잘 팔리지 않는 학술서적, 대학교재 같은 비교적 비영리적인 책들을 중심으로 전자책을 구매하면 영세한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고 사용자들에게는 전자책 경험을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범위를 점점 넓혀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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