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글로벌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주최, 문화일보 후원으로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제2회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 편지쓰기 공모전’ 시상식에서 시상자와 수상자들이 모두 한데 어우러져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제2회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 편지쓰기 공모전’ 시상식
응모작 6만통으로 1년새 2배
교육부장관賞 등 679명 수상
“감사편지는 최고의 인성교육
무너진 師弟관계 회복됐으면”
“그 전에는 가족 모두가 내게 의지하고 있어 그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할 수도 없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진심을 표현할 사람이 생겼고 저 자신이 이 상황을 견디고 헤쳐나갈 수 있는 희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편지글을 읽는 문상진(가명) 학생의 목소리는 17세 청소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담담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등록금이 없어 고등학교 진학을 걱정해야 할 처지. 중학생 어린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힘든 현실이었다. 윤종구 교사는 스승으로서 상진이의 상황을 도저히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지만, 행여 상진이가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웠다. “등록금이 비쌀 텐데 내가 지원해 줄 테니까 부모님께 가서 말씀드려보고 선택해 봐라. 거절해도 된다.”
상진이의 마음을 울린 건, 등록금이 아니었다. “네가 어른이 돼 성공하건 그렇지 않건, 내가 너에게 한 것처럼 너도 다른 어려운 사람을 도와줬으면 좋겠구나”라는 윤 교사의 한마디였다.
담담하게 편지 읽기를 끝낸 상진이가 고개를 들자, 윤 교사가 무대 위에 깜짝 등장했다. 두 사제(師弟)의 뜨거운 포옹을 지켜본 관객들도 눈물을 훔치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윤 교사는 “상진이가 어떤 학생이었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제 아들이었으면 참 좋겠다는 말로 대신하겠다. 아들 이상의 제자”라고 답했다. 상진이도 예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지난 10월 3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개최된 글로벌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 주최 ‘제2회 고맙습니다, 선생님 감사 편지쓰기 공모전’ 시상식은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제자들의 풋풋함과 해맑음으로 가득했다. 문화일보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 행사는 응모작이 지난해 3만여 통에서 올해 6만여 통으로 많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인 행사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공모전에서는 김슬(여·부산 신평초 1학년) 학생과 김예진(여·충북 어상초 5학년), 김효준(부산 무정초 2학년), 황희(대구 성광중 2학년), 정소정(여·서울 창일중 1학년), 고성현(인천 연평고 1학년) 학생 등 6명이 교육부 장관상을 받는 등 모두 679명이 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서 편지가 소개된 김혜빈(여·가명·17) 학생의 글도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어릴 적 부모님의 이별로 외할머니 손에 맡겨졌던 혜빈이는 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묶어준, 삐져나온 머리가 너무 싫었다고 편지에 썼다.
“할머니의 떨리는 손으로는 그게 최선이란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어린이들 마음은 다 비슷했을 터인데, 할머니의 구부러진 허리를 늘 창피해했던 혜빈이는 어릴 적 자신의 그때 그 ‘동심(童心)’을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혜빈이는 올해부터 편지쓰기 대상이 선생님뿐 아니라 부모님 등 인생의 가르침을 주신 분들로 확대되면서 시·도교육감상을 받았다. 글 읽기를 다 끝낸 혜빈이가 무대를 내려오려던 순간, 무대 뒤 커다란 스크린에 울음을 머금은 할머니의 동영상이 투영됐다.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 말도 못 하고 연신 “고맙다, 혜빈아”를 외치는 할머니의 생각지 못한 모습에 혜빈이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 역시 혜빈이와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인생의 스승들이 주는 깊은 울림은 이렇듯 우리들의 마음 저 깊숙한 밑바닥까지 커다란 진동을 남겼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심사를 맡은 분들이 현직 교사들인데, 아이들의 글을 보고 같이 눈물을 흘리며 ‘선생님’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해 너무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선생님에 대한 감사편지 쓰기는 아이들의 인성을 어릴 때부터 바르게 키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요즘 학교가 많이 황폐화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는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파괴가 있다”며 “그 극복의 출발점은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과 고마운 선생님을 발견하는 일에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 준 선생님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규 문화일보 회장도 “어린이들이 편지에 꾹꾹 눌러 쓴 부모와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따뜻한 울림이 되고 있다”며 “특히 ‘남 탓하기’가 횡행하는 요즘 이번 감사 편지쓰기 공모전이 학교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반에 감사하는 마음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공모전 홍보대사를 맡은 인기 아이돌그룹 ‘인피니트’도 참석해 학생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받았다. 문화일보는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지면으로 연재해 많은 학생이 스승과 부모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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