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대신 비닐봉지… 위험한 ‘청소년들의 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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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효과 없고 염증·감염 위험
사후피임약으로 유산시도하기도
성관계 연령 13세로 낮아졌는데
유해물건 취급 미성년엔 안팔아

콘돔 대신 비닐봉지를 쓰는가 하면, 이미 임신했는데 유산을 시키겠다고 사후피임약을 찾는 등 얼토당토않은 성(性) 지식을 가진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잘못된 피임법으로 생식기에 상처가 나거나 임신을 했다는 이들도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17세 여자다. 콘돔이 없어서 비닐봉지로 성관계를 했는데 아랫배가 붓고 감기 걸린 것처럼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잘 안 돼요” “비닐봉지를 써서 성관계한 뒤 봉지에 물을 넣어보니 한 방울씩 새더라. 임신 가능성이 있나” “중학교 1학년인데 콘돔을 못 사서 비닐봉지를 씌웠다. 걔(상대방)가 아프고 피가 난다고 한다”는 등의 질문이 줄지어 올라 있다. 경기 구리시의 약사 이모(여·52) 씨는 “사후피임약으로 유산하겠다고 찾아온 10대도 있었다”며 “피임법을 잘 몰라 임신을 하고 병원도 못 간 채 약국으로 찾아오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각종 통계에서는 중·고교생의 성관계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피임법은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실시한 ‘청소년 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교생의 성관계 경험률은 6.3%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첫 성관계 시작 연령은 평균 13.1세로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5년(13.6세) 이래 가장 낮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실시한 ‘피임제 사용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15~19세 여성 청소년(1085명) 중 사후피임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은 36.0%(39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청소년이 콘돔을 구입하려면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는 경험담도 쏟아진다.

여성가족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2011년 4월 ‘청소년 유해물건 고시’를 통해 청소년의 일반형 콘돔 구입은 허용하되, 돌출형 콘돔 등 특수형 콘돔은 유해물건으로 지정해 미성년자에게 팔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형 콘돔과 특수형 콘돔을 모두 판매하는 콘돔 판매 사이트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포털 사이트 측은 일괄적으로 미성년자의 콘돔 사이트 접근을 막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판매를 거부하는 판매자들도 많았다.

신정호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랩이나 비닐봉지, 풍선 등은 투과율이 높아 피임 효과가 없고 특히 성장 중인 청소년의 생식기에 염증이나 감염 등을 일으키기 쉽다”고 경고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1일 전국 성인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3%포인트)에 따르면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9%로 집계됐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비율은 36.2%였다.

김수민·윤명진·이희권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