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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2일(木)
‘일자리·SOC 예산’의 심각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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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예산정책학

국회의 2018년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됐다. 올해에도 내용상으로 공무원 증원 예산,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지원 예산 등이 깊이 있는 토론이 필요한 이슈가 산적해 있다.

주목해야 할 예산 프로그램 중 공무원 증원을 통한 일자리 확대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제는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이고 정부의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어떤 수단을 통해 사회에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정책의 목적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측면에서 정부의 역량이 나타날 것이다. 공공 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민간 부문의 일자리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누가 보더라도 비약이다. 한편, 다른 측면에서 이 정책의 주된 수혜자가 고학력자들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크다.

정부는 선진국의 ‘직업 창출법’처럼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빈곤층과 노동빈곤층에 초점을 맞춰 재교육과 기술 훈련 등 인적자본 투자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정부가 진정성 있게 일자리를 확충하길 원한다면, 초점을 맞춰야 할 대상은 정부 규제에 의한 면허로 독점적 지대를 누리고 있는 직업군이다. 의사나 변호사 등 정부 규제에 의한 전문 직종의 면허 수를 늘리면 시장에서는 각 서비스의 비용이 줄어들어 사회적인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직역 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찮겠지만,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SOC 예산이 정부 예산안대로 대폭 삭감될지도 지켜봐야 할 포인트다. 과거 효율성의 문제가 있던 사업들이 있었고 이런 점에서 SOC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계획과 공공 투자에 있어 제도적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예산안처럼 단기간에 20%를 무 자르듯이 삭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SOC는 경제의 인프라로서 연결성(connectivity)이 집적됨에 따라 그 효용성이 증가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점에서 단기간에 경제성이 낮은 투자의 경우도 일정한 ‘축적의 시간’이 지나면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변모할 수 있게 된다.

SOC를 축소해도 좋다는 논자들은 우리나라에 SOC가 이미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지역 간 불균형은 SOC의 불균형적 배분에 기인한 바 크다. 이런 점에서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다소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지역경제 활동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구축을 확대해야 한다. 기능적으로도 새로운 산업의 수요에 대한 공공 투자는 계속해야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최저임금 지원 예산도 중요한 문제다. 이는 정부가 기존의 사용자와 공동으로 고용주가 돼 임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선진국들은 사용자에게 보전하는 이런 정책보다 노동자에게 직접 혜택이 가는 근로소득장려제(EITC)를 활용한다. 최저임금과 달리 노동시장 왜곡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고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가는 정책이다. 이를 놔두고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겉모양에 집착해 억지로 끼워 맞춘 한국형 최저임금제를 내놓은 예산 프로그램은 수정해야 마땅하다.

이번 국회의 예산 심의에서 이런 문제들이 깊이 있게 논의되고 예산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개선이 있을 것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들이 행정부의 거수기가 아니라, 책임 있는 정치인로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우선한다면 불가능하지는 않다. 재정 민주주의에 걸맞은 대의 기구의 역할과 기능이 진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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