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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3일(金)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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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루묵’의 어원을 물으면 아주 뻔한 답이 나온다. “선조가 몽진 길에 얻어먹은 ‘묵’이라는 물고기의 맛이 특별히 좋아서 ‘은어’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 환궁한 뒤에 그 물고기를 다시 먹어보았으나 예전의 그 맛이 아니어서 ‘도로 묵이라고 불러라’라고 했다. ‘도루묵’은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와 같은 식이다. 이는 잘 꾸며진 민간어원에 불과하다.

‘도루묵’은 옛 문헌에 ‘돌목’으로 나온다. 이것만 보아도 ‘도루묵’이 부사 ‘도로’와는 무관한 명칭임을 알 수 있다. ‘돌목’은 ‘도르목’으로 변한 뒤에 ‘도로목’ ‘도로묵’을 거쳐 ‘도루묵’으로 변한다. ‘돌목’이 ‘도르목’으로 변한 것은 ‘멸치’가 ‘며르치’로 변한 것과 같아 흥미롭다.

‘돌목’은 ‘관목(貫目)’ ‘비목(比目)’ 등과 같이 ‘목(目)’이 들어가는 물고기 종류의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이름에 ‘목(目)’이 들어가는 물고기는 무엇보다 ‘눈’이 특징적이다. ‘관목’은 눈이 관통되어 투명하고, ‘비목’은 눈이 나란하여 외눈박이처럼 보인다. 그런데 ‘돌목’의 경우는 눈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돌’은 ‘石’의 ‘돌’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도루묵’이 산란기에는 연안의 바위 부근에 서식한다는 데 근거한다. ‘돌돔, 돌마자, 돌상어’ 등에서 보듯 돌이나 자갈, 또는 바위 밑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대체로 ‘돌(石)’을 이용하여 명명한다. 한편 ‘돌-’은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의 접두사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같은 의미의 접두사 ‘돌-’이 ‘돌고래, 돌붕어’ 등에서도 확인된다. 도루묵이 아주 하찮은 물고기이기에 얼마든지 ‘질이 떨어지는’이라는 의미의 접두사 ‘돌-’을 이용하여 명명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도루묵’에 깊이 뿌리박혀 있던 민간어원은 극복된 셈이나, 아직 ‘도루묵’의 어원은 명쾌하게 밝혀진 것이 아니다. ‘돌목’의 어원이 관건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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