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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오승훈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3일(金)
‘사드 미봉’ 경제 主權도 못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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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경제산업부장

110년 전 ‘금연으로 국채보상’
20년 전엔 ‘금 모아 外債 갚기’
경제 주권 위한 民草의 안간힘

韓中 ‘사드 합의’ 안보관점 논란
경제 측면의 ‘對中 굴욕’도 심각
희토류 갈등 日 대응과 대조적


얼마 전 대구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됐다. 이를 심사한 국제자문위원회는 “국가적 위기에서 시민들이 책임을 다한 기념비적 사건에 대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국채보상운동은 1907년 대한제국의 나랏빚을 갚자는 전 국민의 궐기였다. 당시 일제는 조선에 돈을 빌려줘 쓰게 했다. 재정을 예속시키고, 그 돈으로 식민지 건설의 정지 작업을 할 속셈이었다. 그때까지 들여온 차관은 총 1300만 원에 달했다. 금본위제로 화폐단위 1원이 금 2푼이었으니 현재 금 시세(1돈=약 18만 원)로 따지면 4550억 원 정도다. 광무개혁으로 경제성장률이 꽤 높았던 시기였다고는 하나 1년 나라 예산과 맞먹는 규모로 외채 상환은 불가능했다.

그때 출판운동을 하던 김광제와 서상돈이 “2000만 국민이 3개월 동안 담배를 피우지 말고, 그 돈으로 국가의 위기를 구하자”고 나섰다. 인력거꾼, 기생까지도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높았으나 모금액은 230만 원 정도로 빚을 갚기엔 많이 모자랐다. 주역들도 횡령의 누명을 쓰고 구속돼버렸다. 거기서 끝나버렸지만, 우리가 역사로 기억하는 첫 번째 경제 주권(主權) 회복운동이었다. 국제법상의 주권은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한 나라의 자기 결정권을 의미한다. 그중 경제 주권의 상실은 곧 국민주권의 위기로 이어진다. 국채보상운동이 무위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910년, 우리는 국권을 피탈당했다.

그 뼈아픈 경제 주권의 위기를 다시 겪은 건 1997년 외환위기 때였다. 외채를 갚을 길이 없어 그해 12월 4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협약을 체결했다. 그 대가로 4대 부문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경제 주권의 핵심인 재정통화정책의 통제를 용인했다. 두 달 새 국가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추락한 상황이었으니 도리가 없었다. 실무 협상에 참여했던 김용덕 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우리는 칼날을 잡고, IMF는 칼자루를 쥔 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정부 예산조차도 마음대로 짜지 못했다. 1998~1999년 사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모두 5번이나 예산을 편성해야 했다. 실업대책도, 저소득층 지원책도 IMF가 정해놓은 재정적자 상한선에 걸려 애를 먹었다. 그때도 국민 모금 궐기가 등장했다. 국채보상운동의 후신,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약 351만 명이 모은 227t의 금(21억3000만 달러)으로는 역시 많이 부족했으나, 그 힘이 보태져 2001년 8월, IMF에 빌린 195억 달러를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교훈은 실로 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요당하기 전에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극복의 사령탑을 맡았던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우리 스스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고 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그 교훈의 의미는 잊은 듯하다. 한·중 간 ‘사드 갈등’이 봉합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온통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온다’에 들떠 있다. 안보 주권을 놓고 논쟁할 뿐 누구도 정부가 제 역할을 다했는지, 권리는 이행했는지, 경제 주권의 문제를 따져보지 않는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협상이나 공식 절차에 따른 게 아니었다. 거기에 우리 정부는 말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세계무역기구(WTO)나 국제회의에서도 함구했다.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했다. 안보적 실리를 위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제 주권을 지키려는 적극성의 수준이 엄청난 결과 차이를 낳는다. 일본은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로 톡톡히 보복을 당했으나 반복될 위험을 제거하려 했다. 수입원을 다변화했고, 중국을 WTO에 제소해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하는 고립경제를 택하지 않는 한 희토류 보복 카드는 다시 꺼내지 못할 것이다.

사드 보복의 저변에는 중국의 자국 산업 보호 정책과 우리 경제의 과도한 중국 의존도가 있다. 그 문제를 경제 주권의 시각에서 판단하고 근본 문제(무역 구조) 해결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일시적으로 풀렸다고 ‘다시 중국으로’를 외친다면, 한국 경제는 중국의 위협에서 끝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신시장 개척과 압도적 기술 격차의 유지가 본질적인 대응책이고, 그 시작은 우리의 경제 주권을 곧추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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