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의 끝… ‘디폴트’ 벼랑 몰린 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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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영 석유社 회사채 만기
11억7000만달러 갚을지 촉각

물가폭등에 고액권 발행했지만
10만 볼리바르 가치는 2.5달러

베네수엘라의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고유가에 힘입어 사회주의적 시스템과 복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한때 ‘사회주의 희망’으로 불렸지만, 유가 하락 등으로 인한 경제 악화로 현재 베네수엘라는 국가 부도 고위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국제 금융시장은 베네수엘라의 석유회사 페데베사(PDVSA)가 이날 만기도래하는 11억7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는 지난 10월 7개 채권에 대해 5억9000만 달러의 원리금을 지급하지 못한 바 있다. 이 채권들에 대해선 유예 기간(30일)이 설정돼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베네수엘라의 채무상환 실패는 베네수엘라 경제난과 정정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7월 이후 미국의 경제 제재가 세 차례에 걸쳐 강화되면서 자금난이 가중된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가 이날 만기 도래 채권을 일단은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디폴트 위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당장 지난 10월 상환에 실패한 채권의 유예 기간이 이달 중순에 끝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와 PDVSA가 내년에 상환해야 할 채권 규모도 90억 달러 이상이다. 상당수 경제학자는 △경제난 해결 난망 △외자 부족 △미국 제재에 따른 자금유입 차단 △러시아 등 외부지원 한계 등으로 현 마두로 대통령 재임 중 디폴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투자정보사이트 월드거버먼트본즈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4월 29일 3883.7bp(1/1000)에서 10월 24일 7099.6bp로 껑충 뛰었다. CDS란 채권을 발행한 국가, 기업 등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금융상품으로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면 국가, 기업 등의 신용도가 낮아져 채권 발행 때 비용이 더 많이 든다. CDS 프리미엄 상승은 해당 국가, 기업 등의 부도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CDS 프리미엄은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높다.

한편 베네수엘라가 이날 살인적인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고액권 지폐(10만 볼리바르권)를 발행했다. 하지만 새로 발권한 10만 볼리바르는 현지 암시장에서 2.5달러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연초에 500·5000·2만 볼리바르권 새 지폐를 발행했지만 가파른 물가상승 탓에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마두로 정부는 이날 최저임금을 30% 인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들어 5번째다.

유회경 기자 yo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