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低임금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 논란

내년 ‘직접 일자리 예산’ 비중
6년만에 처음으로 높아질 듯
“노인 고용 늘지만 부실 우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노인 일자리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낮아지는 추세였던 전체 일자리 예산에서 직접 일자리 예산이 차지하는 비율(직접 일자리 예산 비율)이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의 확대는 국민 세금으로 저임금의 질(質) 낮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어서 전체 일자리 수는 증가하지만, 노인 빈곤 해소와 노인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가 내놓은 ‘2018년도 예산안 총괄분석’을 보면, 우리나라의 직접 일자리 예산 비율은 2012년 26.1%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해는 15.9%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노인 일자리가 43만7000개에서 51만4000개로 양적으로 확대되고, 인건비도 월 22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상승하면서 직접 일자리 예산 비율이 내년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16.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노인 일자리는 공공형 일자리를 중심으로 사업 개시연도인 2004년 3만5000개에서 올해 약 46만 개로 증가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수를 80만 개로 확대하고, 공익활동 참여 수당을 현행 22만 원에서 2020년에는 4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없다. 다만, 노인 일자리사업이 급격히 늘어나는 과정에서 사업 부실 초래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정처는 “그동안 정부의 노인 일자리 사업은 재정 투입이 증가하면서 낮은 수준의 활동비를 지급하는 공공형 일자리에 집중, 일자리 수를 증가시키는 방식에 중점을 둬 진행됐다”며 “시장형 일자리 비율을 확충하는 등 사업의 질적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