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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국영화 미래를 보다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6일(月)
고두심 “역할 줄어도 중년여성들 얘기는 무궁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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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년 만에 스크린에 나선 배우 고두심은 영화 ‘채비’에 대해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며 “감각적인 영화들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진솔하게 다가오는 좋은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배우 氣살리기
9일 개봉하는 영화 ‘채비’ 주연

장애인 아들 둔 엄마 役으로
더 단단하고 깊은 내면 표현

나문희, 숙녀 같으면서 엉뚱
김해숙, 엄마역할 참 잘해내

중년의 사랑 유치해 보여도
로맨스물에 도전해보고싶어


“중·장년 여배우들이 건재하다는 걸 보여준 게 정말 기뻐요.”

배우 고두심은 최근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희생부활자’의 김해숙 등 중·장년 여배우들이 스크린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을 반기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이 캔 스피크’를 보고, (나)문희 언니에게 전화해서 ‘배역이 너무 잘 맞고, 연기 정말 잘했더라’고 말했더니 ‘그래. 그랬구나’라고 답하더라”며 “여전히 숙녀 같고, 엉뚱하면서도 지적인 배우”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김해숙에 대해서는 “엄마 역할을 참 잘해내는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고두심도 나문희·김해숙 못지않게 엄마 역할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선보인 그가 ‘그랑프리’(2010년) 이후 7년 만에 나선 영화에서 절절한 엄마를 연기했다. 9일 개봉하는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사진)에서 그는 30년간 장애인 아들(김성균)을 사랑으로 돌보다가 자신도 병을 얻어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엄마 애순 역을 맡았다.

고두심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며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배경과 연기 톤에 대해 설명했다.

“SBS 드라마 ‘우리 갑순이’에서 딸로 나온 유선이 ‘채비’의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엄마가 꼭 해달라’고 했어요. 누구나 만나면 헤어지는 거잖아요. 헤어짐을 채비하는 이야기가 좋았어요. 또 김성균 씨가 아들로 나온다고 해서 더 좋았고요. 성균 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봤는데 젊은 역할부터 아버지 역할까지 잘하더라고요. 저와 성균 씨의 그림이 쫙 그려져서 한다고 했죠. 첫 촬영부터 호흡이 착착 붙었어요(웃음). 장애를 지닌 아들과 모난 딸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조금 무겁게 다가왔지만 덩치 큰 아들이 어린 행동을 하니 엄마가 보기엔 얼마나 귀엽겠어요. 그런 느낌을 생각하며 무겁지 않게 연기했어요.”

이 영화에서 그가 보여준 엄마 연기는 그동안 보여온 연기보다 더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장애인 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깊숙한 내면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래서 평범한 엄마의 모습보다는 조금 냉정하고, 단단하게 보여주려고 가닥을 잡았죠. 얼굴의 잡티도 그대로 보여주며 민낯으로 나섰어요.”

그에게 “영화가 좀 올드하게 느껴진다”고 말을 건네자 “맞다. 올드하게 볼 수도 있다”고 답하며 이 영화의 의미를 전했다.

“영화가 조금 밋밋해서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도 들죠. 하지만 잔잔한 울림과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에요. 요즘 기계가 발달하며 많은 것을 얻었지만 잃는 것도 많잖아요. 저 같은 6학년(60대)들은 쫓아가기 힘들어서 분하고 짜증이 나요. 그래서 가끔 쉼표를 찍고 돌아봐야 하는데 이 영화가 그런 작품이에요. 감각적인 영화들이 쏟아지는 세상이지만 진솔하게 다가오는 좋은 영화도 있어야 하잖아요.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지, 이 영화를 통해 느끼실 거예요.”

그는 영화에는 자주 나서지 않는 이유를 밝히며 중·장년층 여배우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스크린에 대한 공포감 때문이에요. TV에서는 조그맣게 상반신만 보이다가 큰 화면에 제 움직임을 다 담아야 한다는 게 무서워요. 그러다보니 영화를 자주 안 하게 되고, 많이 안 해보니 더 두렵고, 그래요(웃음). 또 한두 달씩 밖에 나가서 촬영해야 하는 것도 영화를 피하게 되는 이유고요. 충무로에서 여배우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특히 중·장년 여배우의 기회는 더 줄어들고 있어요. 핵가족화되며 앞으로 엄마·할머니 역할은 다 없어질 거예요. 그래도 중·장년층이 펼칠 얘기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들 얘기는 너무 많이 나왔잖아요(웃음).”

“이제 엄마 말고, 멜로 연기를 하는 건 어떠냐”고 질문을 던지자 그는 “좋은 작품이 있으면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진한 로맨스를 아름답게 표현하려면 영상이 좋아야 해요. 제 몸을 보고 있으면 ‘아름다운 여성으로 보일까’ 하는 우려도 있어요. 6학년이 넘은 사람들은 젊은이들의 사랑이 조금 어설퍼 보이잖아요. 또 중·장년의 사랑이 젊은 관객에게는 유치해 보일 수도 있고요. 잘 그려낼 수만 있으면 제 안에 감성은 살아있으니까 로맨스물도 할 수 있죠(웃음).”

글·사진=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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