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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6일(月)
보수 재편의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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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자유한국당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출(退出),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의 1차 복당(復黨) 선언을 계기로 보수 정치 세력의 재편이 시작됐다. 아직까지는 통합파 의원 몇 명이 돌아오느냐, 한국당이 제1당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산술적 수준에서 논의가 그치고 있다. 그러나 무너져버린 보수 세력이 재건하려면 이념, 지지 계층, 지역 구도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복잡한 문제 같지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깨닫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올해 초 친구들 모임에서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거나, 평생 1번만 찍었을 친구들이 “박근혜가 물러나지 않으면 나도 촛불 들고 광화문 나가겠다”고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자는 여론은 80% 안팎이었다. 보수 진영에서도 상당수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이다. 그로 인해 설령 그들이 불안해하는 문재인 후보가 정권을 잡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박근혜의 무능, 세상과 동떨어진 사고방식, 국가를 과거로 되돌리는 듯한 행위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상식을 가진 보수의 생각이었다. 이들이 이 나라를 지탱하는 중심 세력이 돼야 한다.

보수(保守)라는 이념을 어렵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 나라를 보전하고 지키자는 것이다. 그래서 안보가 튼튼해야 하고, 경제가 활성화해야 하며, 법치가 바로 세워져야 하고, 사회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현대사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형성된 우리 국민의 이념 성향을 보수 40, 중도 20, 진보 40으로 본다. 중도 없이, 보수와 진보가 일 대 일로 맞붙으면 51 대 48이다. 그것이 안철수가 사퇴하고 박근혜·문재인이 맞붙은 2012년 대선 결과다. 이념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여론조사는 보수층의 외면으로 대표성이 왜곡돼 있다. 한국당은 노선과 정책을 탄핵에 찬성한 상식적인 보수층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러면, 탄핵에 반대한 보수층과 문 정권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중도층도 잡을 수 있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보수 세력은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의 2030 세대가 똑똑하고, 합리적이면서, 유연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신고리 원전 중단은 국익에도 반(反)하고 절차적 하자도 많은 이 정권의 무리한 ‘덜컥수’였다. 공론화위원회 1차 조사에서 공사 재개 의견은 20대 17.9%, 30대 19.5%였는데, 4차 조사에서는 20대 53.1%, 30대 47.0%로 세 배, 두 배가 넘게 늘어났다. 진보 정권의 감성적 바람몰이나 정보 왜곡에 흔들리지 않고, 무엇이 이 나라와 본인에게 옳은 길인가를 숙고한 것이다. 이들이 보수의 미래다.

보수 정당은 그동안 2030 세대를 사실상 포기해왔다. 2030 세대가 진보주의자로 태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도발에 가장 분노하는 세대가 2030이다. 역대 보수 정권의 기득권 유지 정책과 ‘꼰대적’ 행태가 이들을 멀어지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들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함께 고민하고 소통을 대폭 늘려야 한다. 21세기에 태어난 밀레니엄 세대가 2020년 총선부터 선거권을 갖게 된다. 이제부터 보수·진보의 대결은 2030 세대가 승부를 결정할 것이다.

역대 보수 정당이 회피했던 호남과의 관계 개선도 이제는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때가 됐다. 보수 세력과 호남의 ‘화해’는 정치사적 명분과 당위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지역 주도권은 어느새 영남에서 호남으로 넘어갔다. 문재인 정권이 호남에 ‘올인’하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에 매달리는 실리적 이유를 잘 봐야 한다. 호남은 전략적 선택을 통해 우당(友黨)의 선거 득표율은 물론 여론조사 지지율도 올려주며 주도권을 행사한다.

호남 정치를 오래 연구해온 김욱 서남대 교수가 2015년 말 펴낸 ‘아주 낯선 상식: 호남 없는 개혁에 대하여’라는 책에 보수 정당을 보는 호남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김 교수는 새누리당(현 한국당)이 “‘광주학살’과 ‘영남 패권주의적 쿠데타 질서’ 속에서 탄생한 반민주적 정당을 계승한 정당”이지만 “반복된 민주적 선거와 함께 역사적 부당성이 희석돼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또 호남 유권자를 이용하는 친노의 ‘투항적 영남 패권주의’도 경계하고 있다. 보수 정당이 호남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시기가 다가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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