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마을 주일 예배중 무장괴한 난입… 15초간 무차별 난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수사 관계자들이 5일 텍사스주 윌슨카운티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침례교회에서 벌어진 총격사건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친 뒤 증거 수집을 위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美 텍사스 교회서 총기 참사

방탄조끼 입고 반자동소총 사격
5세 어린이·14세 목사딸 사망
총격범 달아나다 숨진채 발견

라스베이거스 총격 한달만에 또
트럼프 “악마 소행 가슴 찢어져”

5일 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인근 교회에서 최소 26명이 숨지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국 사회가 다시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지난달 1일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 이후 불과 한달만에 일어난 대형 총격 사건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일요일인 5일 오전 11시 20분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남동쪽으로 48㎞ 떨어진 작은 시골마을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침례교회에서 발생했다.

당시 교회 안에는 오전 11시에 시작한 예배에 수십 명이 참석한 상태였다. 예배가 20분쯤 진행됐을 때 무장한 괴한이 교회로 난입해 약 15초 동안 AR-15 반자동 소총을 난사해 예배당과 교회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교회 인근 주유소에서 일하던 한 직원은 “갑자기 20발 정도의 총성이 연달아 들렸다”며 “소리를 듣고 교회 주변에 있던 일부 사람은 주유소 안으로 달려와 숨기도 했다”고 전했다.

용의자는 총격 후 교회를 나와 자신의 차량을 타고 북부 과달루페 카운티 방향으로 도주하다가 사망했다. 범행 도중 총격을 제지하려는 사람들과의 몸싸움에서 입은 부상으로 사망했는지, 경찰과의 대치 중 총을 맞아 사망했는지, 자살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용의자는 데빈 캘리라는 이름의 26세 백인 남성으로 교회 인근의 대도시인 샌안토니오 외곽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의 차 안에서는 여러 정의 총기가 발견됐다. 수사 관계자는 “용의자는 공격형 반자동 소총을 사용했으며, 방탄조끼까지 착용하고 있었다”며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테러단체와 연관됐다기보다는 사회 불만을 품은 자생적 테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용의자가 2014년까지 뉴 멕시코주 홀로먼공군기지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아 현실 부적응으로 인한 범행일 수 도 있다는 관측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26명이다. 23명은 현장에서 사망했으며, 2명은 대피 도중에 숨졌다. 1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치료 중 사망했다. 사망자의 나이는 5세 어린아이부터 72세 노인까지 다양하다고 수사 당국은 발표했다. 현재 약 20명의 부상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세 자녀와 임신한 아내를 둔 30대 가장이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닉 율리그(34)는 AP통신 인터뷰에서 “나의 사촌이 이번 사건으로 사망했다. 세 아이와 임신 4개월인 아내가 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교회의 목사인 프랭크 포메로이의 14세 딸 애너벨리 포메로이도 희생됐다. 애너벨리의 모친인 셰리는 언론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남편과 나는 업무 때문에 총격 사건 당시에 각각 다른 주에 있었다”며 “우리 딸과 많은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악마의 소행”이자 “텍사스 역사상 최악의 참사”라고 비판하며 우리의 기도가 악마의 소행으로 피해를 입은 모든 사람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일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현지 기업가 상대 강연에서 “희생자와 그들의 가족이 예배 장소에 있을 때 이런 악마의 행동이 일어났다”며 “우리의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도 “신이 텍사스 서덜랜드스프링스의 사람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연방수사국(FBI)과 수사 당국이 현장에 있다. 나는 일본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사안을 엄중히 지켜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