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자·고위관료 헬기 이동 중 추락 사망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빈살만 왕세자, 왕자 11명 체포
왕위계승 반대파 대거 숙청나서
외부 투자자들 “혼란 유발할 것”

사우디아라비아의 32세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왕자 11명, 전·현직 장관 수십 명을 부패 혐의로 전격 체포하는 과정에서 일부 왕자들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5일 사우디 국영 TV 등에 따르면 만수르 빈 무끄린 왕자가 이날 정부 고위 관료 7명과 함께 헬기를 타고 예멘 국경 인근으로 이동하던 중 헬기가 추락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기가 추락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정부패 척결 관련 체포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낳고 있다.

또 전날 압둘아지즈 빈파하드 왕자가 체포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우디 국영 TV는 전날 사우디 반부패위원회가 부정부패 척결을 이유로 왕자 11명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 사업가 38명 등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대대적인 체포 작전은 지난 4월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 알 사우드를 밀어내고 왕세자 자리에 오른 빈 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벌인 것으로 보인다. 부패 혐의로 체포된 인사들 중에는 아랍권 최고 부자로 꼽히는 왈리드 빈 탈랄(사진) 왕자도 포함됐다. 그는 개인 재산이 320억 달러(약 3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외부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알라반 비즈니스 자문회사의 알라스테어 뉴턴 정치 분석가는 “이는 사우디 자산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사우디 정부가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국가개혁계획(NTP) 목표를 재설정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빈 살만 왕세자가 부정부패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자신이 추진하고 있는 NTP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반대파를 대거 숙청, 왕위 계승 탄탄대로를 닦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부 투자자들은 기득권 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사우디에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을 유발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