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올림픽에 들뜬 강원 부동산… “로열층은 매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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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진부역·강릉역 르포

“1억에 3채” 오피스텔 홍보 붐
아파트 5억5000만원 거래돼
1필지를 10명이 소유하기도
전문가들 “신중하게 투자를”

“24필지에 98명이나 이름을 올려놨어요. 1필지를 10명이 가진 경우도 있다니까요.”

지난 3일 시범운행 중인 서울~강릉 KTX를 타고 강원 평창군 진부면 진부역(평창동계올림픽스타디움 인근)에서 만난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역사 바로 앞의 야트막한 동산을 가리키며 ‘전형적인 알박기’라고 혀를 끌끌 찼다. 공동명의가 많은 것은 외지인 알박기와 함께 기획부동산의 유혹에 빠져 땅을 샀는데, 필지 분할이 안 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현지 부동산업소는 분석했다.

공단은 설계대로 산의 앞쪽 절반만 사들여 깎아낸 뒤 오륜기 모양의 잔디를 입혀 꾸며놨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올 12월 KTX 개통이란 대형 호재를 앞둔 강원지역 부동산이 한껏 고조되고 있다. 진부역에서 KTX로 20분쯤 떨어져 있는 강릉역 주변은 분양 광고가 홍수를 이뤘다. 역 근처에 ‘KTX 강릉역 바로 이 자리 1억에 3채’라고 써 붙인 오피스텔 본보기집이 보이고, 11월 분양에 들어가는 ‘강릉 아이파크’ 아파트 홍보차량이 도로 위를 힘차게 달리고 있었다.

‘카이트 서퍼’(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접목한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로 가득한 강릉시 송정동 송정해변에서 400m쯤 걷자 전용면적 124~155㎡의 대형 면적으로만 구성돼 ‘강릉의 타워팰리스’로 불린다는 ‘경포대신도브래뉴로얄카운티’ 아파트가 나왔다. 서울·수도권의 거주자와 법인이 주로 ‘세컨드 하우스’ 개념으로 매입한다는 이 아파트는 지난 4월 155㎡ (15층)가 1년 전보다 1억 원 오른 5억5000만 원에 팔려 올해 강릉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도 매수 문의가 있었지만, 13층 155㎡가 5억7000만 원에 나온 것을 제외하면 팔 사람은 이미 다 팔아 로열층 매물이 이제 거의 없다”며 “2011년 올림픽 개최지 발표 후 수직 상승했으나 지금은 보합상태인데 앞으로 더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림픽과 KTX 특수로 강원 일부 집값과 땅값이 오르고 있지만, 상승 폭은 제한적일 수 있어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은 “정부 부동산 규제, 금리 인상, 저성장 등을 고려하면 예년 만큼 오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릉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미 최근 5년 18.97%(10월 기준), 10년 새 42.30%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상승률(5년 9.83%, 10년 27.81%)을 대폭 상회한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과 강릉을 잇는 동서방향의 첫 KTX는 12월 개통한다. 서울~강릉은 102분 만에, 인천공항 1터미널~강릉은 132분 만에 주파한다.

평창·강릉 =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