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의 실험, 무대서 ‘신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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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접목‘꼭두’ 호평 힘입어
서양 장르 차용·접목 잇따라

현대음악과 만난 탈춤 ‘동동’
신규 제작 탈·안무 등 이색적

국악극과 영화 스크린의 결합(국립국악원 10월 공연 ‘꼭두’)에 이어 드라마로 만든 탈춤과 뮤지컬 넘버를 연상시키는 현대곡의 만남(정동극장 11월 공연 ‘동동’)까지…. 전통 공연 예술의 현대적 장르 차용 등 잇단 ‘새 옷 입기’ 시도가 무대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1월 9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 탈춤극 동동은 탈춤과 현대적인 드라마 구조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 전통탈춤은 상류층 풍자, 삶의 애환 토로 등의 전형화 된 주제를 지닌 ‘과장’으로 구성되지만 동동은 고려의 유약했던 왕 현종이 팔관회 마지막 날 탈을 쓰고 궁 밖을 돌아다니며 자아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육지는 6일 정동극장에서의 리허설(사진)을 마치고 “동아시아 문화권은 가면의 형태가 거의 비슷하지만 일본,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탈춤이 프로시니엄 무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이에는 탈춤이 가진 특유의 서사 탓도 있다”며 “서양에서 들어온 극장이라는 공간에 맞게 탈춤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가다듬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특히 작품의 대표곡 ‘동동’ 등의 경우 국악기에 더해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등 서양악기의 색채를 덧입히고 현대적으로 음률을 구성해 뮤지컬 넘버처럼 들리도록 만들었다.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등에 참여한 작곡가 황예슬이 노래를 지었고, 올해 국립오페라단 ‘동백꽃 아가씨’ 등에 참여한 김재승 안무가가 전통 탈춤을 모티브로 창작한 춤사위를 선보인다.

정동극장의 이러한 시도는 다른 전통 공연 예술 기관에서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국립국악원도 영화적 표현을 국악극에 접목시킨 새로운 형식의 공연 ‘꼭두’를 선보여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무대 뒤편 스크린에는 전남 진도 바닷가 마을, 할머니의 죽음을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가 사실적으로 펼쳐지고 무대 위에서는 할머니의 신발을 찾기 위해 꼭두를 따라 저승으로 향하는 손녀·손자의 여정이 전통 무용, 음악 속에서 그려지는 형식이다. 영화감독 김태용, 음악감독 방준석이 참여한 이 작품의 제작과정은 단편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사진 =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