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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박태균의 푸드 X파일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7일(火)
대추 세 알이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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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은 대추의 고장이다. “삼복(三伏)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의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진다”는 속담이 있다. 대추가 열리는 삼복에 비가 오면 그해 대추농사가 흉년이 되고, 그러면 결혼 자금이 없어 처녀가 시집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속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보은 대추는 9월 하순쯤에 열리는 조생종이다. 무게는 5g 정도로 작은 편이다. 씨(仁)가 없는 것이 특징이며 당도는 보통이다.

보은 대추보다 크고 달며 늦게 나오는 대추 품종이 오래전부터 경북 경산에서 재배돼 온 복조다. 복조는 대개 10월 상순부터 익기 시작한다. 열매 크기가 다른 품종의 절반 정도인 대추가 산조다. 산조는 열매에서 신맛·아린 맛이 강하게 느껴지고, 핵이 커 식용 부위가 적기 때문에 주로 한약재로 이용된다. 무등·금성·월출 등은 일종의 개량 품종이다.

약대추라고 하면 재래종 대추를 가리킨다. 한국식품연구원 최상윤 박사팀이 2016년 한국식품저장유통학회(23권 1호)에 발표한 연구논문(국내산 대추품종의 품질특성 및 영양성분 비교)에 따르면 약대추는 복조대추에 비해 크기가 작은 대신 당도·식이섬유·칼슘 함량이 더 높았다.

예로부터 대추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과일이었다. ‘당송팔대가’에 속하는 송나라 시인 왕안석이 쓴 ‘조부(棗賦)’엔 “대추나무엔 네 가지 득(得)이 있다. 심은 해에 바로 돈이 되는 득, 한 그루에 열매가 많이 열리는 득, 나무의 재질이 단단한 득, 귀신을 쫓는 득”이란 대목이 나온다.

4득 중 ‘귀신 쫓는 득’을 빼곤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씨를 심으면 그해 9월엔 어김없이 열매(돈)가 주렁주렁 열린다. 꽃이 핀 자리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므로 자손의 번성을 기원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폐백할 때 시부모가 실에 꿰인 대추를 빼내어 신부의 치마폭에 던지면서 다자다복(多子多福)하라고 이르는 것은 대추나무에 열매가 달리듯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덕담이다. 가을 과일 중 결실이 가장 빠른 대추를 선택한 것은 결혼은 늦게 해도 자식은 일찍 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대추나무는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판목(版木)·떡메·달구지·태평소(악기)·전동(箭筒) 등의 재료로 사용됐다. 힘든 역경을 잘 이겨내는 사람을 ‘대추나무 방망이’라고 불렀다. 우리 선조는 대추나무가 잡귀를 쫓고 불행·병마를 막아준다고 여겼다. ‘대추나무를 문 앞에 심으면 길하다’는 조경 풍수에 따라 집 주변에 한두 그루를 심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부적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했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대추의 주산지는 중국이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래된 것은 고려 명종(1188년) 때다. 한자명은 ‘조(棗)’ ‘목밀(木蜜)’이다. 잘 익으면 꿀처럼 맛이 달다는 이유에서다. 색이 붉어 홍조(紅棗)라고도 한다. 영문명은 ‘jujube’나 ‘Chinese date’ ‘Red date’다. 대추와 닮은 대추야자(date)의 동양 사촌이기 때문이다.

대추는 장수 식품으로도 통한다. ‘대추를 보고도 안 먹으면 늙는다’는 속담은 유명하다. ‘대추 세 알이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방명은 대조(大棗)다. 한약재에 감초와 대추가 들어가면 약의 독성이 감(減)해지고 백약(百藥)을 온화하게 조화시켜 주며 쓰거나 거북한 맛을 순화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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