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高校의 ‘제주 이웃 성금’ 30여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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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신태인高 수학여행단
1980년 도민 도움에 報恩

30년 넘게 제주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전북 정읍 신태인고등학교(교장 오제운)가 제주도에 이웃돕기 성금을 계속 전달해 온 사연이 알려지며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신태인고 수학여행단(학생 53명, 교직원 5명)은 지난 3일 3박 4일 여행 일정을 마치고 제주공항에서 성금 20만6000원을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사진)했다. 성금은 50여 명의 신태인고 학생과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것이다.

신태인고는 1981년부터 도내 언론사에 이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매해 성금을 기탁해왔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2013년 10월 제주 수학여행을 마지막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올해 미담이 다시 이어졌다.

신태인고가 30년 넘게 제주를 수학여행지로 정하고 성금을 기탁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태인고 교사와 학생 230여 명은 제주에서 수학여행을 마치고 배편을 통해 목포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계엄령이 내려지며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여행 경비마저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들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1박 2일간 숙식은 물론, 짧은 추가 여행과 함께 부산항을 통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당시를 기억하는 손재근(66) 전 교장은 “부산을 통해 돌아오는 길에도 전북 정읍까지 관광버스 편을 지원해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해마다 신태인고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은 수학여행지를 놓고 고민을 해 보지만 결국 제주도로 향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제운(59) 교장은 “학생과 교사들이 모은 작은 정성으로 제주에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제주도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나눔 정신은 신태인고에서 36년간 대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정읍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