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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8일(水)
“AI가 순발력만 갖추면 게임서도 인간 이기는 날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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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중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지난 2일 연구실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AI) MJ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MJ봇’개발 김경중 세종대교수

인간은 경험 통해 문제 해결
AI는 순간 판단력 등 아직 미진
수십 배 빠른 클릭 능력은 장점

AI 성능 급속한 발전 위해선
사람과 더 많은 대결 이뤄져야

나를 이기는‘오셀로AI’만들다
스타크래프트AI 개발로 이어져
게임산업서 활용분야 무궁무진

韓,인프라·인력 등 자리 못잡아
연구인력 해외유출 심각한 상태


“인공지능(AI)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아직 인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없는 AI의 한계는 분명합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용 AI ‘MJ봇’을 만든 김경중(40)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인간이 내리는 순간적인 판단력과 추론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인간이 AI보다 훨씬 뛰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달 31일 세종대에서 열린 인간과 AI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인간이 4대 0으로 AI에 완승을 거뒀다. 인간이 AI를 손쉽게 꺾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서 활약한 알파고의 능력을 기대했던 일부 팬은 실망한 모습도 보였다. 이 행사에는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가 개최한 AI 간 스타크래프트 대결에서 3위를 차지한 MJ봇을 비롯해 호주의 ZZZK봇(1위), 노르웨이의 TSCMOO(2위)가 참여했다. SNS 페이스북이 개발한 체리파이(Cherry Pi)도 대회에 나왔다. 지난 2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김 교수를 만나 스타크래프트 게임용 AI의 현재와 발전 가능성과 그의 경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 교수는 스타크래프트에서 AI의 성능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대결이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임 AI들끼리만 대결하다 보면 더 고도의 전략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실제로 경기에서 AI들이 초반에 내세운 전략들은 모두 비슷했다. 사람이 하나의 게임 AI를 이기면 다른 AI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손쉽게 이길 수 있었다. 김 교수는 “AI 간 대결에서 1, 2위를 했어도 인간에게는 불과 몇 분 만에 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여전히 인간과 AI의 수준 차이는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

AI와 인간의 격차는 과연 줄어들 수 없을까. 김 교수는 “인간이 내리는 순간적인 판단력을 AI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원리를 찾고 모방하도록 해야 격차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는 추론 능력이다. 그는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상황에서 해결방법을 추론하는 능력이 있지만, AI의 경우 인간이 성인이 되면서 경험한 내용을 모두 입력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바탕으로 추측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대회에서 1, 2위를 차지한 로봇들이 불과 5분도 안 돼 패배한 것과는 달리 김 교수의 MJ봇이 중후반까지 버텨낼 수 있었던 것도 사람의 게임 방법을 참고한 데 있다. 김 교수는 “다른 AI들은 AI 간의 대결을 위해 만들어진 반면 MJ봇은 기획단계부터 사람들과의 대결을 위해 만든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과 맞붙을 때 초반에 버티지 못하면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봐 초반 전략 구성에 공을 많이 들여 경기를 상대적으로 오래 이끌어 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현재 스타크래프 게임용 AI들은 스스로 학습하는 알파고와 달리 입력된 상황에 대해서만 대응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예정된 패턴과 다르게 반응하면 급격하게 실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스타크래프트 게임용 AI에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원리를 적용하는 일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 스타크래프트와 바둑의 작동 원리 차이 때문이다. 김 교수는 “바둑은 최대 둘 수 있는 수가 300수 정도인 반면 스타크래프트는 플레이어가 수천, 수만 번의 명령을 내린다”며 “게임이 끝난 후 플레이어가 내렸던 수만 가지의 지시 중 어떤 것이 게임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파악해 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바둑은 인공지능에 ‘수를 둔다’는 개념만을 인지시키면 되지만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상대 진영을 파악하는 정찰, 공격, 방어, 자원 생산 등의 전혀 다른 임무를 수행하게 해야 한다. 김 교수는 “공격, 자원생산 등 각각의 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데 그 조합의 결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거의 무한한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 정찰, 자원 생산 등을 따로 분리해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는 있지만 그걸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데는 지금보다 발전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AI가 가지는 장점도 있다. 사람은 분당 최대 300번의 클릭을 할 수 있지만 AI는 2만 번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없는 조작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AI는 사람처럼 일일이 손으로 조작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 간의 경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공격패턴을 보여주기도 한다”며 “AI가 이런 장점을 살리고 인간의 순발력까지 모방할 수 있다면 인간을 이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가 처음 게임용 AI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던 계기는 ‘오셀로 게임’이었다. 오셀로 게임은 64구획의 판에 흑백의 양면으로 이루어진 돌을 나눠 갖고 하나씩 두다가 상대편의 말을 자기의 말 사이에 끼이게 하여 자기 말의 색으로 바꾸어 가는 게임이다. 오셀로 게임에 한참 빠져 있던 김 교수는 ‘나를 이길 수 있는 오셀로 AI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셀로 게임용 AI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생각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용 AI를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스타크래프트는 김 교수가 잘하지 못하는 게임이지만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이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선택했다. 뛰어난 프로게이머들의 전략 패턴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게임 산업에서 AI가 쓰일 수 있는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우선 게임을 상대로 AI를 활용하면서 기존에 느껴보지 못했던 전략과 상황을 만들어 내 신선함을 줄 수 있다. 알파고가 신의 한 수를 두었듯 사람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만들 수 있다. 또 AI를 활용해 게임 배경을 자동으로 바뀌게 하는 등 기획 분야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김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게임에서 매번 같은 배경화면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끼기 쉬워 다양한 디자인이 필요하지만 인력을 많이 고용하기 어려운 중소 게임 업체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AI가 배경을 디자인하고 게임을 할 때마다 자동으로 바꿔줄 수 있다면 게이머는 매번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중소업체들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임회사가 마케팅 등의 전략을 세우는 데도 인공지능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임회사는 플레이어의 사용 기록을 모두 남기는데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누가, 언제 게임을 그만둘 것인지, 돈을 쓸 것인지 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AI를 활용해 분석하는 게 효과적이다. 게임회사는 정확한 분석을 할수록 떠날 가능성이 높은 플레이어들의 사용패턴을 파악하고 적절한 시기에 유인책을 제공해 붙잡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을 유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60% 정도만 제대로 예측할 수 있어도 떠나갈 사람의 일부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AI의 마케팅 활용도가 높은 분야”라고 봤다. 그는 “아이템을 주거나 쿠폰을 주는 등의 비용 대비 수익이 크다고 판단하면 게임회사는 데이터 분석 AI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여전히 AI 연구·개발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공상과학에서 나오듯 AI가 인간을 장악하는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상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AI는 인식 능력이 3~4세 어린이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인식을 완전히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AI의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도 없다. 또 현재 AI는 주로 하나의 문제를 주면 막대한 정보를 입력해 해당 문제만을 해결하는 형식이지 하나의 원리로 다른 곳에 응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알파고의 경우만 해도 바둑 한 판을 두기 위해 1000대의 컴퓨터를 이용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알파고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김 교수는 “슈퍼컴퓨터 등 막대한 자원이 문제 하나당 1000대씩 필요한 상황에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범위를 AI가 알게 하는 것은 아직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재까지의 기술로 봤을 때 AI가 인간에게 위협이 될 만큼의 자의식을 갖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며 “AI 개발에 제한을 두기보다 오히려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점차 진보된 AI 기술이 악한 의도에 이용되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그는 AI 기술에 여전히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쓸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원천 기술 연구에도 투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아직 찾아내지 못한 AI의 기본 원리들을 파악해야만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아직 AI 분야에서 기초가 약한 부분이 많이 있어 차근차근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빠른 성과만을 요구하다 보면 그런 부분들에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당장 상용화할 수 없는 연구들도 지원을 통해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대학이 장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먼 미래를 바라보고 당장 돈이 되지 않는 투자까지 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업용은 기업이, 연구는 대학이 하는 등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융합도 AI 기술발전의 핵심 조건이다. 김 교수는 AI 분야가 단순히 수학이나 공학을 잘하는 사람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생물학, 논리학, 심리학, 뇌과학 등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원리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다양한 학문적 지식은 컴퓨터와 수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을 짚어낼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직 한국의 AI 분야에서 다양한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는 있지만 한국에서는 인프라나 인력 풀을 정비하는 초기 단계”라며 “아직은 개별적으로 연락해야만 만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점차 다양한 사람이 모여 인공지능에 아이디어를 보태고 구현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많은 AI 연구 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한국의 투자와 지원이 자리 잡지 못한 현실에서 공부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러 외국으로 나가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등의 나라에서는 한국보다 AI 연구의 역사가 길고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 또 외국 기업에서 높은 연봉과 좋은 근무환경을 제시하면 학생들은 마다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는 “훌륭한 인재들이 미국 실리콘 밸리나 외국으로 나가려는 경향이 크다”며 “인재 확보가 AI 분야 발전에 매주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도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AI를 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진정, 인간을 위한 AI가 되게 하기 위해서다. 그는 “현재는 너무 복잡한 과정을 통해 AI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구글과 같이 특정 소수 대기업이 아니면 제작할 수가 없다”며 “개인이 필요로 하는 AI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에서 만들어주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래에는 누구나 AI를 만들 수 있도록 AI 제작이 쉬워지고 그 방법들이 공개돼 많은 사람이 필요에 맞게 변형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만약 내가 쉬운 AI 제작 기술을 찾게 된다면 모두와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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