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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A U.S. View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8일(水)
권력 내부 ‘反美 성향’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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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반미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David Straub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 아니다”
文대통령, 트럼프 앞에서 公言
한국 外交 중심 잡는 계기 기대

한국 반미주의 성격 크게 변화
對北·對中 입장 차에 기인할 것
정부 내 ‘운동권적 시각’ 버려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한·미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강력한지를 강조하는 ‘의례적인’ 성명들이 두 나라에서 쏟아져나왔다. 한국에서는 좌파 단체들의 반미 시위도 있었다. 220여 개 시민단체는 ‘NO트럼프공동행동’을 조직하고 반(反) 트럼프, 반미 시위를 벌였다. 미국 독자들에게 한국의 반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책(‘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을 쓰기도 했던 필자는 이번 시위의 빈도나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아 오히려 놀랐다. 1999년부터 2002년에는 특히 주한미군을 겨냥한 반미 시위가 더 큰 규모로, 더 폭력적으로 진행됐다. 어쨌든 6·25전쟁 이후 트럼프만큼 한국인에게 ‘공격적인’ 발언을 많이 한 미국 대통령은 없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고 했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했으며,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예방 공격을 언급하며 위협하기도 했다.

3년 전 내 책의 결론을 쓸 때, 독자들이 궁금해할 문제들에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한국에서 반미주의가 폭발할까? 만일 그렇다면 왜? 나의 결론은, 미군을 겨냥한 반미 감정은 반복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1999∼2002년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보적 대통령(김대중)이 통치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좌파의 오랜 불만과 욕구가 분출되는 상황이었다. 향후의 반미주의는 한·미 간의 대(對)북한·중국·일본 정책의 차이 때문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동북아의 전략적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고, 역내 국가들의 민족주의가 충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에 또 다른 진보 대통령이 등장하면 미국 등에 대한 ‘편견’을 정책에 반영해 상황을 더 심각하게 만들 것으로 예견했다.

불행하게도, 이런 예상은 옳았다.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미국이 이기적이고, 인종차별적이며, 폭력적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 말이 거칠고 정책이 강경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들의 믿음은 강화됐다. 그들은 미국의 국력은 쇠락하고, 중국이 부상해서 결국 동아시아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문재인 정부가 중국과 맺은 이른바 ‘3불(不) 합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문 정부는 중국이 한국 기업에 대한 불법적인 사드 보복을 중단하는 대가로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3각 군사동맹에도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 정부는 중국에 ‘약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 아닌 것처럼 우기는데, 한국과 미국 사람들을 모두 바보로 아는 건가? 문 정부의 입장이 중국에 대한 ‘약속’이든 ‘입장 표명’이든 문맥은 ‘3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약속이 아니라고 우기는 한국 당국자들도 속으로는 약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미국 당국자들은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백악관의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이 (문제가 된)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교적 표현임을 고려하면 문 정부에 강력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좌파 그룹들이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벌이는 일상적 시위는 그다지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정작 심각한 것은 6·25를 강대국 간 대리전쟁으로 규정하는 그들의 정신세계다. 소련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6·25는 김일성이 주도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그들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이 한국의 민주화를 반대했고, 1980년 광주 상황 및 전두환의 집권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또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던 1994년에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북한을 선제공격하려 했다고 믿고 싶어 한다. 1차 북핵 위기 당시 양국 대응을 소상히 기술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핵 벼랑을 걷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의 ‘외교의 길’ 등 두 회고록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됐는데도 그들은 요지부동이다. 한국 좌파 그룹은 미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는 북한의 선전에 공감한다. 한국이 주권국가임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엮여’ 중국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중국을 잘 달래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있다.

미국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오해’는 뿌리가 깊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나 튀는 언행과는 상관이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운동권의 시각으로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권력 내부의 반미 성향이 더 문제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와 마찬가지로 청와대 주변에서 미·중 사이의 ‘균형 외교’를 추구한다는 말이 나오고, 실제로 두 나라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동맹과 동맹 아닌 나라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동맹이 유지되기를 바라는가? 문 대통령은 7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늦었지만 이번 언급이 한국 외교의 중심을 잡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문 정부는 외교·안보 정책의 기본적 전제들을 재고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아닌 인사들의 얘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


필자는 1976년 미 국무부에 들어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 한국과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퇴직, 한·미 관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를 저술했으며 현재 세종연구소 세종-LS 객원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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