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訪韓>DMZ 깜짝 방문 시도… 국제사회에 강력한 北 압박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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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美정상, 안개 탓 방문 취소

文 “DMZ 가시면 동행하겠다”
트럼프 “고민하던 중 … 갑시다”

트럼프, 文에 10분마다 연락
국회 연설일정 탓 오전9시 포기

美 “트럼프 방문 무산에 낙담
亞 순방 출발 전 계획했었다”

8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DMZ 깜짝 방문을 시도했던 것은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지역으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북한을 겨냥한 두 나라의 강력한 압박 의지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의 이벤트 제안 주체나 시점 등과 관련해서는 양국 간 다소 의견 차이가 있고 이벤트 역시 불발로 그쳐 진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두 정상의 DMZ 최초 동반 방문 시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쌓여온 미국의 한국에 대한 불신을 씻어내고 한·미 동맹의 결속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내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DMZ 방문 실행계획은 8일 오전 7시 1분 문 대통령을 태운 헬기가 청와대를 떠나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출발 때 이미 기상 상황 때문에 양국 정상의 DMZ 동반 방문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정보기관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기상 악화 상황을 만나 중간에 착륙해 헬기에서 승용차편으로 옮겨 타 DMZ로 이동했고, 거기서 트럼프 대통령의 합류를 기다렸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의 헬기 이동 직후인 오전 7시 9분 숙소를 떠나 7시 43분 용산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헬기 ‘마린 원’을 타고 DMZ로 이동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무장지대에 짙은 안개가 깔렸다는 이유로 회항을 권고하는 군과 비밀경호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오전 8시 1분 회항해 용산기지로 돌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용산기지에 대기하면서 문 대통령에게 10분 단위로 방문 의지를 전하다가 오전 9시 DMZ 방문을 포기하고 ‘낙담한 채’ 숙소로 돌아갔다. 이에 문 대통령도 오전 9시 3분 아쉬움 속에 DMZ를 떠나 청와대로 돌아왔다. DMZ 깜짝 방문 이벤트는 불발로 끝났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 출발 후 2시간쯤 흐른 9시 12분 한·미 정상의 DMZ 동시 방문 시도가 있었다면서 “날씨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마린 원) 헬기가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DMZ 방문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중간에 착륙해 육로로 안개를 뚫고 DMZ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나, 비록 회항했지만 10분 단위로 방문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빈틈없는 한·미 동맹과 평화 수호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로 손색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의 DMZ 깜짝 방문이 진행된 과정과 관련해서는 다소의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하루 전의 문·트럼프 단독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정이 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7일) 단독정상회담 때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정을 조정하더라도 DMZ를 방문하시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다”며 “문 대통령이 ‘내일 가시면 저도 동행하겠다’고 하니 트럼프 대통령이 ‘그럼 가자’고 답해 계획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DMZ 방문은 이미 방한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출발 한참 전에 (DMZ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지 못해 실망했으며 매우 낙담했다”고 말했다. 7일 청와대 국빈 만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내일 여러 면에서 흥미진진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깜짝 이벤트를 예고했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