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訪韓>트럼프 막판 문구 수정… 연설시간 33분으로 늘어

‘동맹강조’ 발언때 박수 쏟아져
기립박수 받으며 회의장 나가

‘박근혜 석방’ 피켓 조원진
연설전 본회의장서 퇴장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연설을 위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야 의원들은 일어나 박수로 환영했다. 지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의 미국 대통령 국회 연설에는 의원들뿐 아니라 주한 외교사절단 등 55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은 애초 오전 11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한 이후에도 막판까지 연설문을 수정하면서 시간이 늦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이 자리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각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 25분부터 33분간 연설했고, 참석자들은 동시통역을 통해 연설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정책은 물론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국의 위상을 강조한 대목 등에서는 중간중간 박수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과 관련한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정 의장과 인사를 나눈 뒤 여야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맞춰 여야는 모처럼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의원들은 연설을 듣기 위해 대부분 상임위원회 일정을 오후로 순연했다.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도 잠시 정회한 뒤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최근 상복 차림에 근조 리본을 달고 국회 일정에 참여해 온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연설을 계기로 자유 복장으로 복귀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트럼프 대통령 방한 기간에는 정쟁을 중단하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겠다고 밝힌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 도착 전 ‘한·미 동맹 강화’ ‘박근혜 전 대통령 즉각 석방’이 적힌 피켓을 본회의장에서 들고 고함을 치다가 경위들의 제지로 퇴장당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 후 정의당과 민중당 의원들은 박수를 치지 않았고, 김종훈·윤종오 민중당 의원은 피켓을 들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그야말로 철통 같은 경호 태세 속에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전 11시쯤 국회에 도착해 본청 2층 출입구가 아닌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1층 출입구에서 하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사무처에서 마련한 레드카펫을 따라 이동했고, 본관 1층 로비에서 방명록을 작성했다. 의장 접견실로 이동한 트럼프 대통령은 10여 분간 정 의장, 심재철·박주선 국회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등과 환담했다. 국회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폭발물 탐지견까지 동원하는 등 삼엄한 경비 태세를 갖췄다. 국회 연설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뒤 다음 방문국인 중국으로 떠났다.

김동하·송유근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