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인간生死 결정 안돼”… ‘킬러로봇’ 개발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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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加 연구자 공개서한

“AI 활용으로 자율성 커져
충돌 이전보다 훨씬 심각
3차대전 초래할 수 있어”

8월에도 IT전문가들 경고
“판도라 상자를 열지말라”

스스로 적군을 파악하고 공격하는 이른바 ‘킬러로봇’이 현실화하면서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게 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전투를 수행하는 킬러로봇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전 세계 로봇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7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호주와 캐나다의 인공지능(AI)·로봇 연구자 수백 명이 각각 자국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AI 기술의 군사적 이용 금지를 촉구했다. 호주와 캐나다의 연구자들은 지난주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AI 무기화에 확고한 반대의 뜻을 천명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킬러로봇들이 개발되면 충돌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며 “최악의 결과는 사람이 아닌 기계가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와 무스타파 술레이만 딥마인드 테크놀로지 공동 설립자 등 전 세계 26개국의 정보기술(IT) 및 로봇 전문가 116명이 유엔에 공동서한을 보내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며 킬러로봇 개발과 제작 금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킬러로봇이 전쟁에 사용될 경우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킬러로봇은 보통의 군사용 로봇과 다르게 ‘자율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특히 킬러로봇이 독재자나 테러리스트 집단에 들어가거나 시스템이 해킹당할 경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각국은 AI를 활용한 무인전투기와 살상용 전투로봇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 해군의 무인함정 ‘시 헌터’, 보잉의 무인잠수정 ‘에코 보이저’, 러시아의 무인탱크 ‘MK 25’, 영국의 무인전투기 ‘타라니스’ 등이 대표적이다. 타라니스의 경우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공격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시험비행을 거쳐 2030년 이후 인간이 조종하는 토네이도 GR4 전투기를 대체하게 된다. 러시아에선 또 사람 모양의 전투로봇 ‘이반 터미네이터’도 개발 중이다. 러시아 고등연구재단(FPI)이 개발 중인 이 로봇은 스스로 판단해 총을 쏘거나 수류탄을 던지게 개발되고 있으며 2025년 이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도 사격까지 가능한 자동화무기 ‘센트리 가드 로봇’이 배치돼 있다. 다만 아직 공격 판단은 로봇이 아닌 군인의 명령에 의해 이뤄진다.

킬러로봇의 실전 투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킬러로봇 반대 운동을 주도하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의 AI 전문가 토비 월시 교수는 “로봇 연구자들에게 로봇을 마지막으로 어디에 쓸 것인가를 묻는다면 그 답은 전장”이라며 “킬러로봇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람 대신 킬러로봇끼리 전투를 벌이는 일도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특정 재래식 무기 금지 협약’(CCW)에 관한 유엔 콘퍼런스가 열린다. CCW는 과도한 상해 또는 무차별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특정 재래식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으로, 이번 회의에서는 컴퓨터화한 군사 장비의 증가와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킬러로봇에 관한 격론도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