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前 국정원장 피의자 신분 檢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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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활비 靑상납 혐의 등 수사

박근혜 정부 초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남재준(사진) 전 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8일 검찰에 소환됐다. 당시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와 관련해 이날 조사를 받은 남 전 원장은 ‘박근혜 국정원’이 대기업을 동원해 보수단체를 지원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혐의와 2013년 국정원 댓글수사 방해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원장의 3개 혐의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세 혐의 모두 청와대의 지시·관여가 있었는지 주목돼 이날 남 전 원장의 진술에 따라 검찰의 칼끝이 본격적으로 ‘박근혜 청와대’를 향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남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경위와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검찰이 앞서 이재만·안봉근·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과 국정원 관계자 등을 조사한 결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을 거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흘러들어 갔다고 의심받는 수십억 원의 출처는 국정원장의 재가를 받아 지급되는 국정원 특활비로 확인됐다. 남 전 원장의 지시 또는 묵인하에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게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같은 조직에서 총책임자의 결재나 관여 없이 상납이 이뤄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상납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당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남 전 원장에게 ‘화이트리스트’ 혐의도 추궁했다. 검찰은 이미 이 전 기조실장과 국정원 실무 직원들에게서 당시 국정원의 보수단체 지원에 대한 다량의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특히 남재준·이병기·이병호에 이르는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장의 재임 기간별 보수단체 지원 정황을 적시해 이들의 진술을 최대한 이끌어 낼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원장에 이어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도 조만간 검찰에 차례로 소환될 전망이다.

국정원 댓글수사·재판 방해 혐의와 관련, 검찰은 전날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을 포함해 ‘현안 태스크포스(TF)’ 관계자 6인을 이미 구속, 사실상 국정원 쪽 혐의자는 남 전 원장만 남은 상황이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