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한 시간 먼저 출근해 수업준비… 영상자료도 몇달씩 직접 만들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장종판(뒷줄 가운데) 교사가 8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 울릉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울릉초 제공

장종판 경북 울릉초 교사

학교 공부가 전부인 아이들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 애써
교육정보화대회서도 상위권

“잔소리 하고 숙제도 많이 내
아이들 싫은 내색땐 서운해도
성취감 얻었단 말 듣고 힘 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섬 교사 생활이 힘들지만, 보람은 두 배예요. 문화적·교육적 혜택을 덜 받는 우리 울릉도 아이들이 육지 아이들보다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죠.”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리에 있는 울릉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장종판(37) 교사는 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울릉도에서의 교사 생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대구교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교사 생활을 시작한 장 교사는 경북 울진군 일대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올해 울릉초에 부임했다.

울릉초는 울릉도 내에서는 규모가 큰 학교지만, 여타 도시의 학교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다. 교장과 교감 선생님을 포함해 8명의 교원과 118명의 학생이 전부다.

장 교사는 학교에서 5학년생 26명을 가르치고 있다. ‘울릉도 생활의 힘든 점’을 묻자 장 교사는 “울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이 늘 그립다”며 “가을·겨울철에는 파도가 높아 주말에도 가족을 만나러 육지로 나갈 수가 없는 날이 많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나와 같은 처지의 동료 교사들과 서로 의지하며 외로운 섬 생활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수록 더욱 학생들에게 애정을 쏟는다. 장 교사는 딱히 사교육을 받을 곳이 없어 학교 공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생들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매일 정해진 출근 시간인 오전 8시 30분보다 한 시간 먼저 출근해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들을 맞이한다”며 “섬 전체에 학교 외에 학생들이 갈 수 있는 학원이 다섯 곳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사인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밝혔다.

장 교사는 학교에 제일 먼저 출근해서 좀 더 재밌게 수업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눈길을 끄는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늘 애쓴다.

특히, 장 교사는 고등학교 때 잠시 공학도를 꿈꾸며 익힌 컴퓨터 실력을 발휘해 영상 자료를 만들어 수업에 활용한다.

그는 “교육부가 교수학습방법 개선을 위해 주최하는 교육정보화연구대회에서 전국 1등급 4회, 전국 2등급 3회 등 다수의 상위권 성적을 거뒀다”며 “교과서만으로 진행하는 수업에 지루함을 느끼는 아이들에게 동영상과 애니메이션 등 영상 자료를 이용해 흥미 있는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장 교사는 “수업을 위한 영상 자료 제작에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볼 때면 힘든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인성과 생활 태도 지도에도 늘 신경을 쓴다. 장 교사는 “특별한 지도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의 바르게 행동하고 수업에 집중하자’는 말을 자주 하고, 아이들의 생활 태도를 늘 지켜보고 조언한다”며 “아이들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성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잔소리’를 자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에도 학생들이 장 교사의 마음을 몰라주고 지도를 잘 따라주지 않을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는 “아이들 대부분이 착하고 순박해서 크게 힘든 일은 없지만, 간혹 아이들이 잘되길 바라는 내 마음을 몰라줄 때가 서운하다”며 “방과 후 딱히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다른 선생님들보다 숙제를 좀 더 내줄 때 아이들이 싫은 내색을 한다”고 고충을 전했다.

장 교사는 “요즘은 이틀에 한 번 그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3개 문제 정도 숙제를 내준다”며 “2학기 들어서 몇몇 아이들이 ‘숙제를 하면서 나름대로 성취감을 얻었다’고 했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싫은 내색을 하고 당장은 서운해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일은 과감하게 밀어붙이려고 노력한다.

장 교사는 “당장 아이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더 고민한다”며 “10년, 20년 후에 아이들이 나를 떠올리며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매사에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