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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時評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9일(木)
정당이 ‘의원 利權 기구’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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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치학

정당들의 내부 사정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곤 모두 당내 갈등이 심각해서 당최 정책을 주도하거나 국민의 지지를 확대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정당들의 내홍(內訌)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것은, 당내 갈등의 원인이 의원 개인들의 정치권력 추구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이해관계 앞에서 소속 정당에 대한 충성심은 물론이고 소속감마저도 헌신짝처럼 팽개치는 것을 거리낌 없이 보여준다. 그 와중에 서로 주고받는 언사를 보면 품격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각 정당의 패배한 대선 주자들 모두가 대선 직후 다시금 당 대표로 선출됐다는 사실에서 정당들이 얼마나 부실한지 명확히 알 수 있다. 대선 주자들 외에 정당을 이끌어갈 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은 정당의 존재가 이념적 정체성이 아니라, 소수의 유명 정치인들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당의 존립 근거는 정치적 정체성이다. 야당은 여당을 견제하는 역할에 더해 주도적인 의제를 제기하고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다당제의 당위성과 우월성을 주장하려면 소수 정당은 거대 정당을 넘어서는 국민 요구에 대한 반응성과 정책적 대안 제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소수 정당은 그러한 능력은 고사하고 의지조차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당이 의원들의 이권(利權)을 보호하기 위한 대변(代辯) 기구로 전락한 느낌이다.

국민의당은 국회 표결에 캐스팅보트를 가졌다는 구조적 상황 속에서만 존재감이 드러난다. 자신들이 주도하고 국민이 공감하는 정치 어젠다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당은 거대 정당이 제시한 의제에 대한 찬반 태도만 결정하는 소극적 정당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정치판에서 조연 역할에 머물 뿐이다.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은 호남 출신 의원들과 안철수 대표의 지지 자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호남이 국민의당의 지지 기반이라는 호남 지역 의원들과 자신의 개인적 정치 역량이 국민의당을 가능케 했다는 안 대표의 인식 차이가 정당의 주인은 누구인가 하는 주도권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몇몇 소속 의원의 민주당으로의 이적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새 정치를 구호로 창당했지만, 그동안 그 내용을 변변히 채우지 못했고 지금처럼 선거공학적 계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은 현재의 위상마저도 유지하기 힘들지 모른다.

바른정당은 이미 교섭단체의 자격을 잃고 말았다. 소속 의원 절반 가까이가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게 되면서 군소 정당으로 전락했다. 탈당파들은 진보 세력의 전횡을 막기 위해 거대 보수 연합이 형성돼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에 설득된 국민은 별로 없다. 탈당파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미련 없이 떠난 것이다. 그들을 두둔할 의도는 전혀 없지만, 탈당 결정의 근본적 원인은 바른정당이 기치로 내세운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서 자리매김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있다. 한국당이 친박 세력의 출당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좋은 기회에도 한국당에 불만을 가진 보수 세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량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당이 내부 정비를 마친다면 가뜩이나 의석이 줄어든 바른정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각각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한국당은 기득권 정당으로서 현실에 안주하기 때문에 국민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새로운 정치 바람의 주역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도 구태(舊態)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전과 같은 형태의 이합집산(離合集散)에 골몰하고 있다.

향후 정당의 약화를 넘어 정당 소멸을 예측하는 학자들도 더러 있다. 다분화한 국민의 정치적 요구에 정당이 세심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정치 참여는 더 이상 정당을 매개로 이뤄지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정당은 지지자들을 근간으로 하는 조직이 되지 못하고 국가의 재정적 보조와 법적 기득권에 의존하게 돼 종국적으로 정당의 기능을 상실한 박제화 단계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민과 유리된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정당의 이합집산이 지속된다면 한국의 정당이 이러한 정당 소멸의 최초 사례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정치인(statesman)은 사라지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정치꾼(politician)이 득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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