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평창올림픽 아직도 熱氣 미지근… 후원기업들 ‘冷가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자전거 타고 산길 달리는 聖火 이광식 울산시자전거연맹 부회장이 8일 울산 울주군 간월재 정상에서 산악자전거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장권 판매 32%수준에 불과
조직위, 단체구입 ‘강매’ 나서

54개 업체 9470억여 원 후원
적자우려에 또 갹출하나 긴장

지역주도 이벤트로 관심 저조
마케팅 효과보다 의무감에 참여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에 940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을 낸 국내 기업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국민적 관심도가 낮은 데다 세계의 이목을 끄는 대회 흥행 가능성도 낮게 전망되면서 “홍보 효과는 고사하고, 낭비만 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가적 행사여서 기업들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지만, 대회 열기를 끌어올릴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적자 올림픽’에다 ‘국력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11월 현재까지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파트너사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 등을 포함해 총 11개 사로 확인됐다. 이들 기업은 500억 원 이상의 금전 혹은 물품을 후원하는 업체들로, 관련 분야의 독점적 마케팅 권한을 부여한다.

평창동계올림픽에는 150억 원 이상을 후원한 공식 스폰서부터 25억 원 이상을 후원한 공식 공급사, 그 이하 금액을 후원한 공식 서포터까지 총 54개 업체가 약 9470억 원을 후원했다.

1조 원에 가까운 금품을 쏟아붓고도, 올림픽 열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해 “과거 국가적 행사로 치러지던 1988 서울올림픽이나 2002 한·일월드컵 등과 달리 지역 주도의 이벤트가 되면서 올림픽 열기도 이전보다 덜하다”고 흥행 가능성을 낮게 전망했다. 실제 지난 10월 25일 기준 입장권 판매는 32% 수준에 머물고 있다. 조직위는 판매율이 낮은 종목의 입장권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기업체 등의 단체 구매를 유도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강매’에 나선 상태다.

올림픽 열기가 예상보다 저조하면서, 후원사들의 마케팅도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식 파트너의 경우 지난해까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월드와이드 파트너였던 맥도날드가 한 단계 낮은 대회 공식 파트너로 참가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손에 꼽히는 국내 대기업이다. 마케팅을 통해 국내외에 이름을 알리겠다는 새로운 기업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한 스폰서 참가 기업 관계자는 “국가의 큰 행사에 동참한다는 의무감을 제외하면 공식 파트너 역할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도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경우 후원사 참여를 놓고 쓸데없이 돈을 쓰는 것 아니냐는 ‘배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적자 가능성이 높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재정도 기업들에는 근심거리다. 부족한 재원을 메꾸는 데 기업 주머니가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의 예산 세출은 2조8000억 원인데, 세입은 2조5000억 원이다.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투자까지 포함하면 올림픽 예산 적자 규모는 대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2012 런던올림픽이 오래된 도심의 재개발, 2020 도쿄올림픽이 대지진 이후의 재건 등을 명확히 목표로 설정하고 있지만, 평창에는 뚜렷한 목표가 보이지 않는다”며 “정확한 목적의식이 있다면 올림픽에 대한 열기도 살아나고 기업들의 참여에도 더 명분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우·유현진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