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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9일(木)
한국·북한 대비한 트럼프의 명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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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 경희대 교수 前 駐유엔 대사

어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아시아 5개국 순방에서 유일한 국회 연설이기도 하지만, 짧은 방한(訪韓) 기간 한 번뿐인 대중연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첫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특유의 강한 대북(對北) 메시지를 내놓지 않아서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연설에 북한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이 담긴 것은 예상대로지만, 결코 평범한 연설은 아니었다.

한국과 북한이라는 두 주제에만 집중한 간단한 구성부터 그렇다. 연설의 3분의 1은 한국에 대한 평가와 칭찬, 나머지 3분의 2는 북한에 대한 비판과 경고로 돼 있다. 연설문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짧은 글에 담을수록 좋다는 관점에서 보면 명연설로 평가될 것이다. ‘2개의 코리아 이야기(Tale of Two Koreas)’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 이 연설의 구성과 내용은 적어도 3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힘’을 강조했지만, 힘이 강한 미국에 도전하면 응징하겠다고 한 게 아니다. 경제·민주주의·과학기술, 심지어 골프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온 한국과 비교할 때, 왜 북한이 잘못된 노선을 걷고 있는지 공을 들여 상세히 지적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역점을 두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의 연설을 듣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인권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북한을 향해 “한·미 양국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을 대신해 우리를 시험하지 말라”고 했다. 즉, 현재 미국의 대북 정책은 비문명적인 북한의 행태에 대한 문명 세계의 공동 대응이라는 정당성을 갖는다는 뜻이다.

둘째, 미국의 대북 정책 목표가 협상을 통한 북한의 비핵화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 지도자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라면서 “당신이 행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을 멈추고 핵을 폐기하면 ‘빛과 번영, 평화의 미래’를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물론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경고가 연설 곳곳에 있지만, 북핵의 해결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핵화 대화의 재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셋째, 시종일관 한국과 북한을 대비시킴으로써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청중도 흠을 잡기 어렵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한국과 비교할 때 북한은 이러한 점들이 잘못됐다고 하는데, 거기에 반박하려면 한국도 별로 나을 게 없다고 하거나 북한도 한국에 못지않다고 주장해야 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방한은 한국 내에 트럼프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와 반대가 함께 있음도 분명히 보여줬다. 북핵과 같은 세계 차원의 안보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견해의 공통 부분은 ‘북한의 비핵화’다.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북한의 핵무장을 찬성하는 건 아니다. 소수의 북한 지도계급을 제외한 전 세계인은 인류가 개발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핵무기를 북한이 보유한다는 데 공감하지 않는다.

북한이 핵 능력을 추구하는 한 이번 위기가 넘어간다고 해서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 북핵 문제는 이제 너무 커져서 우리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따라서 무력 충돌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국가적 우선순위를 부여해야 한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국회 연설에서 취해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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