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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고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09일(木)
새로운 상상력과 정신문화의 전당,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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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 시인·대산문화재단 상무

문학계의 오랜 숙원인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추진이 중요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해 과열된 유치경쟁과 심각한 후유증 우려로 추진을 중단한 국립한국문학관은 이후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최근 문학진흥정책위원회에서 후보지를 심의, 의결하였는데 공식화하기에 앞서 뜻밖의 외부 요인으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국립문학관은 문학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 일찍부터 필요성이 공감을 이루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건립되지 못했다. 그 결과 문사철이라는 인문적 전통 속에 있는 동아시아국가 가운데 중국 일본 대만은 일찍이 수도에 문학관을 건립, 운영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없는 어찌 보면 문화가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에 예술문화의 원천이자 핵심인 문학홀대현상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지난해 2월 제정, 공포된 문학진흥법에 근거해 늦게나마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공식화 되었지만 뜻하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또 한 차례 지연되었다. 기억을 되돌려 보면 주체이자 당사자인 문학인과 독자들의 의견수렴이나 세심한 검토과정 없이 서둘러 지자체를 대상으로 국립한국문학관 부지공모에 나서는 바람에 본질은 사라지고 국가시설 유치경쟁의 장으로 변질, 과열되고 말았다. 지자체와 자자체장, 지역 정치인이 앞장서고 지역주민과 단체까지 유치운동에 가세하는 유례없는 ‘문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 속에 특정지역 내정설, 정치 논리 개입설까지 나돌면서 수습 곤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요 문학5단체가 문학단체 결성 사상 최초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부지 선정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공간으로서의 상징성, 미래를 내다보는 확장성, 전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접근성,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국제교류 가능성을 기준으로 선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부지 선정에 그 어떠한 정치적 개입이나 지역 안배의 논리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며 문학의 주체인 문학인과 독자, 국민의 총의를 반영한 가운데 투명하고 책임 있게 건립이 이루어져야 함을 분명한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문체부가 공모절차를 중단하고 문학계와 공동으로 문학진흥TF를 구성하여 국립문학관을 포함한 문학전반의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잘 못 꿴 단추를 바로잡으려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문학계 문화계 언론계 인사들로 구성된 문학진흥TF는 9회 걸친 회의와 토론회, 호남 중부 영남 수도권에서의 4회에 걸친 지역순회 토론회 등을 가진 끝에 지난해 12월22일 ‘문학진흥중장기 대책 발표 토론회’를 열고 TF운영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한 ‘국립한국문학관 중장기 추진방향’에서 국립문학관 건립부지 선정기준은 △대표성 △상징성 △접근성 △확장성 △국제교류 가능성으로 제시되었다. 그리고 이 기준에 맞는 후보지로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 국립극단 부지(서울 서계동 소재), 용산공원 부지(미군기지 이전부지)”를 제안하면서 위 후보지에 준한 조건을 갖춘 국유지를 추가적으로 검토, 협의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정 한 지역만 만족하고 모든 지역이 불복하는 파행적 결과가 아니라 아쉬움은 남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문학진흥TF를 이어받은 문학진흥정책위원회는 올해 3회의 전체회의와 10여회의 소위원회를 통해 ‘제1차 문학진흥 기본계획’과 함께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최적지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접 문체부 소관 국유지를 심의, 의결하였다. 부지선정 기준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오랜 어두운 기억을 딛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용산과 문학이 잘 맞는 다는 점도 압도적 채택의 근거가 되었다고 한다.

알고 있듯이 서울의 요충지인 용산은 13세기 몽골군이 고려를 침공하여 병참기지로 삼은이래. 임진왜란과 일제 때는 일본군의 병영이, 해방 후에는 미군 주둔기지가 되는 등 수백 년 동안 외세침략과 굴욕의 상징이었다. 반면 문학은 전쟁과 파괴를 단호히 반대하고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한편으로는 환경과 생태의 오랜 벗이자 지킴이였다. 이런 점에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용산지역을 환경과 생태공원에서 더 나아가 치유와 상생이라는 새로운 인문적 상상력의 보고가 되는 화룡점정이 될 것이다. 기구하고 어두운 운명의 굴레를 제대로 벗어던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과 함께 우리의 말과 글과 혼이 담긴 정신문화의 성지가 형성되는 자랑스러운 대계를 세우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국립한국문학관은 다시 한 번 뜻하지 않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지역개발과 발전을 위한 국가시설 유치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일부 지자체들의 집요한 반발과 유치운동이다. 어떤 지자체는 담당 공무원과 산하 문화단체에 주기적으로 국립문학관 유치 및 활동계획 보고를 채근한다고 하고 어떤 지자체는 지난해 개봉하지도 않은 서류심사에서 자기 지역이 1등을 했다 등의 거짓말을 공공연하게 흘리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지자체는 사전 내락설을 주장하며 영향력 있는 문학계 인사들을 개별접촉하며 설득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또 하나는 미군기지 이전 부지뿐만 아니라 주변 국유지까지 모두 공원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입장이다. 난개발은 단호히 막아야겠지만 환경과 인문정신의 조합이라면, 그것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한글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문체부 소관 국유지에 정신문화의 전당이 들어서서 이 일대가 새로운 창조적 상상력의 기지이자 민족혼과 철학이 담긴 세계적인 명소로 거듭날 수 있다면 다르다. 오히려 서울시와 문체부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더 조화롭고 훌륭히 조성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시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시가 흐르는 서울을 만들고자하는 인문적 상상력이 반짝이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 지향점과도 잘 맞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우리 문학과 문화계의 대계를 세우는 오랜 숙원인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고비를 잘 넘어 더는 지체되지 않고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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