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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환자 주도 ‘기능 醫學’서 찾는 치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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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 혁명 / 조한경 지음 / 에디터

현대의학은 ‘대증요법’이 지배
환자들 근본적 치료 묻지 않고
의사 처방에 맹목적으로 의존

年 의료과실 사망자 25만명
10만명이 처방약 과실로 사망

病 치료땐 약부터 찾지 말고
음식·환경 등 먼저 체크하고
환자 스스로 건강원리 배워야


우리가 대개의 병원에서 경험하지만, 30분을 기다려 5분 진료를 받고 처방전 하나 받는 게 고작이다. 현대 의학은 ‘대증요법’(對症療法)이 지배한다. 제약회사의 화학 약물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하는 게 대증요법이다. 환자들은 그저 “의사가 잘 알겠지…” 하고 넘길 뿐이다. 상식적으로도 대증요법은 수많은 의학 중 한 가지에 불과할 텐데, 우리는 그것이 근본적인 치료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물어보지 못한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미국 남가주대(USC)를 졸업한 척추 전문의로, 현재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17년째 환자를 돌보고 있는 저자는 이 같은 현대 의학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임상 현장에서 첨단 의료기와 약품의 처방보다 영양소나 음식이 더 환자의 치료에 효과가 나타나는 걸 경험하면서 영양학과 기능 의학(Functional medicine)을 공부했다. 진료는 환자들의 질병을 관리해주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한 건강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들이 현대 의학의 맹점은 물론 건강의 원리와 영양의 중요성을 배워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약물 치료에 의존하는 대증요법은 20세기에 거대 제약회사들이 의료 권력을 장악하면서 의학의 모델이 됐다. 미국에서 가장 로비가 심한 분야는 군수나 석유산업이 아니라 놀랍게도 제약산업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에서 부패와 타락이 가장 심한 곳도 제약 산업이다. 우리가 무조건 안전성과 효과를 신뢰하는 미 식품의약국(FDA) 내의 ‘신약 허가 부서’ 재정의 60%는 제약회사에서 나온다. FDA는 제약 산업이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  거대한 자본의 힘으로 현대 의학과 의대 교육과정, 대형병원, 의료행정까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현대인의 병을 키우고 있으며, 환자들만이 그 개혁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료 사진

우리가 ‘양심’을 기대하는 의대와 의사들, 의학저널, 언론은 왜 방관할까. 제약업체는 의대와 대형병원을 후원한다. 그 후원과 제약업체가 주도하는 의료 시스템에서 빠져나오면 의대와 대형병원은 존립이 불가능하다. 미국 신약 허가에서 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의사나 저명한 의대의 교수, 의학계 거물은 대개 제약회사 고문직을 겸한다. 의사의 돈줄이면서 의사를 교육하는 게 제약회사다. 제약업계는 국제적인 의학저널은 물론 주류 언론의 거대한 광고주다. 미국에서 연간 ‘의료과실 사망자’ 25만 명 중 10만6000명이 처방약의 부작용으로 가장 많이 사망하지만, 언론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2013년 3260억 달러였던 미국민의 처방약 지출 비용은 2018년에 1조3000억 달러로 치솟을 전망이다. 미국 내 제약회사들의 마케팅 지출 대비 연구·개발비는 19:1이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제약업체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 따라 교육받고 임상 현장에 나온 의사들이 환자에게 약품을 처방하는 게 일반화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의대 수련 과정 10년 중 영양학이나 자연물질·비타민·미네랄에 대해 배우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에 불과하다. 주로 의약품의 용량·투여 방법·독성학·효능·부작용·대처법을 배운다. 이 같은 교육과정은 ‘환원주의적 대증요법’으로 나타난다. 관찰 불가능한 것은 비과학적이라며 배제하고, 따라서 몸이 스스로 치유하는 힘도 인정하지 않는다. 대증요법의 목적은 증상 완화일 뿐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 예컨대 당장 환자가 혈압이 높으면 혈압약을 처방하고, 그 부작용은 신경 쓰지 않는다. 부작용이 생기면 부작용에 대한 약이나 처치 방법이 있으니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저자는 제약회사와 의료계가 틀어쥐고 있는 의료 권력이 환자들에게 넘어오는 것, 그것을 ‘환자 혁명’으로 부르고, 환자가 그 주체로 나서기 위해 공부할 것을 제안한다. 의대의 교육과정부터 현장에서의 환자 보호까지, 현대의 의료 시스템은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그 열쇠는 환자가 쥐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가 대안으로 삼는 게 기능 의학이다. 생활 습관 교정과 식습관 개선이 훨씬 더 절실한 만성질환이나 성인병도 모두 응급 의학 식 대증요법으로 접근하는 현대 의학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기능 의학은 환자의 증상을 보자마자 약부터 찾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질병이 시작됐을까, 어떤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면 기능을 되살릴 수 있을까’라는, 의사들이 잊고 있었던 질문을 하는 의학이다.

현대 의학이 증상이나 환부에 집중한다면, 기능 의학은 환자 자체, 사람에게 집중한다. 현대 과학은 신체 내 생화학 작용과 네트워크 기능을 밝혀내고 있고, 영양학적 지식이 축적되면서 그 기능과 대사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 우리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고, 노화 질환들을 예방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제약회사의 세일즈맨이 돼버린 의사들이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고혈압의 경우 그 숫자에만 집착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혈압이 문제가 아니라 동맥경화가 문제지만, 의사들은 혈압약만 처방한다.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고 혈관을 튼튼할 게 할 수 있는, 간헐적 단식이나 탄수화물 제한식, 질 좋은 수면이 더 효과적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좋지만, 콜라겐과 비타민 C·E·K 등의 복용은 혈관 노화를 막는다.

현대인의 질병 대부분은 음식이 원인이므로 음식을 점검하고, 나쁜 생활 습관이나 환경을 찾아 손상된 몸의 기능을 되살리게 치료의 첫걸을이다. 저자는 당뇨·고혈압·고지혈증·비만 등 만성적인 대사질환과 암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이 퍼뜨린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고 치료의 길잡이가 돼 줄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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