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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일상의 핏줄 ‘택배 경제’… 문제는 과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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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추적 / 에드워드 흄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사회평론

美서 매일 550억 달러어치 운송
중국에서 만든 물건이 정확하게
고객 문 앞에 배달되는 물류 혁명

‘門에서 門으로’ 옮기는 시스템
가속화될수록 교통 재앙 맞을 것
보행·자전거 문화가 대안 될 수도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가 이 책의 원제다. 퓰리처상을 받은 저널리스트답다. 현대문명의 심장을 단숨에 건드린다. 우리의 일상은 사람과 물건을 문에서 문으로 옮기는 시스템 위에 구축돼 있다. 매일 수십억 명이 집에서 나와 일터나 학교 등으로 움직이고, 엄청난 양의 물건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진다. 미국인들은 매시간 5억4000만 ㎞를 운전하고 매일 550억 달러어치의 물건을 운송한다.

현대사회는 사람이 움직이는 교통을 날줄로, 물건을 주고받는 물류를 씨줄로 삼아서 짜나가는 거대한 비단과 같다. 이 흐름이 단 한순간이라도 멈춘다면 인류는 그날로 아마겟돈을 체험할 것이다. 운송이야말로 문명의 ‘보이지 않는 손’인 셈이다. 그렇게 보면 ‘배송 추적’은 한쪽으로 기운 제목이다. 이 책은 교통과 물류라는 두 축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적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하니까 말이다.

현대인의 일상은 기적과도 같은 이동 시스템의 결과다. 책에서 소개하듯, 커피나 피자나 캔 음료와 같은 식품이든, 자동차와 같은 기계든 간에 오늘날 우리의 일상은 기적처럼 느껴지는 물류 없이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다.

▲  현대인의 일상은 기적과도 같은 이동 시스템의 결과다. 우리는 물류 없이는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다. 아마존 물류 센터에서 한 직원이 상품을 포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게다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쇼핑이 이루어지는 세계는 물류를 극단적으로 복잡하게 만든다. 모두 알다시피, 온라인 경제는 ‘택배 경제’가 아니었던가. 사람들은 더 이상 물건을 사려고 가게에 가지 않는다. 사무실이나 거실에 앉아서 스마트폰을 들고 접속한 후 눈앞에 상점을 호출한다. 더욱이 ‘하나만 사도 무료’에, ‘당일 배송’에, ‘문 앞까지’라니, 정말 쾌적하고 편리하다. 그렇지만 온라인 행동이 늘어날수록 집 주변의 가게들은 사라지고, 거리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는 배송트럭들로 뒤덮인다. 미국의 택배업체인 UPS에 따르면, 배달 시간과 접수 시간이 항상 변하는 가운데 하루에 120번이나 다른 장소에 들러야 하는 UPS 소속 배송트럭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경로의 숫자는 6.7×10의143승이 된다. 과연 이러한 이동을 도로가 견딜 수 있을까.

사람이 움직이든 물건을 옮기든, 이동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도로와 수단이 어우러지는 적절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걸어가든, 자전거를 타든, 지하철을 타든, 자동차를 타든, 우리는 이동수단 없이 조금도 움직이지 못한다. 더 많은 물건을, 더 값싸게 옮기려면 현대 물류의 마법 같은 존재인 컨테이너에 맞춰 공장이나 항구가 구축되고, 크레인이 설치돼야 하며, 그에 맞춰 도로가 건설돼야 한다. 교통이란 이 모든 이동 수단이 하나로 얽혀서 거대하고 복잡한 흐름을 이루는 세계다. 그것은 중국에서 생산된 물건이 ‘적시에’ 미국까지 정확하게 이동한 후 문 앞까지 배달되는 경이로운 기적의 세계다.

문제는 과부하다. 도로는 온종일 지옥과도 같은 정체로 사람들을 몰아넣고, 환경문제 등 갖가지 재앙을 일으킨다. ‘문에서 문으로’ 사람이나 물건을 옮기는 세상이 가속될수록 상황은 심각해질 것이다.

‘카마겟돈(교통지옥)’에서 ‘카마헤븐(교통천국)’으로 이행하려면 도로에 대한 낡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운전자의 자유로운 이동에 우선 가치를 두는 자동차 중심주의에 사로잡혀서는 어떤 해법도 찾을 수 없다. 가령, 차량 정체 문제를 해결하려고 주요 도로의 차선을 늘리거나 이면도로를 정비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봐야, 잠깐의 착시효과만 누릴 뿐 금세 도로는 본래 흐름으로 돌아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정체로 유명한 405번 도로를 폐쇄했을 때 일어난 일을 참고할 수 있다. 차선을 하나 늘리기 위해서 주말 동안 이 도로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을 때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일이 벌어지리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교통 상황이 오히려 개선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카풀을 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 없이도 자동차 통행량 중심의 문화를 버리고 보행자와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쪽으로 도로를 재설계하면 더 나은 교통 흐름을 만들 뿐 아니라 상업이 활성화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사람들이 내려서 걸어야 돈을 쓰는 법이니까 말이다. 이 책은 자동차가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할 때 비로소 교통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열린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런 의미에서 교통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무엇보다 ‘이동하는 모든 것의 인문학’이라는 이 책의 부제를 항상 우선해야 할 것이다. 420쪽, 1만6000원.

장은수 출판평론가 순천향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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