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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얄궂은 ‘운명의 장난’ 뒤로 펼쳐지는 ‘이스탄불 현대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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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낯섦 /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저자가 2013년 발표한 9번째 장편소설이다. 저자가 데뷔 후 줄곧 매달렸던 주제인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뜻 전작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터키 혹은 이스탄불의 급격한 도시화라는 역사적 배경에 근거해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터키의 소시민 메블루트의 인생 이야기가 주요 골자다. 저자는 이스탄불에서 가장 변화가 심했던 1968∼2012년의 44년을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착한 남자 메블루트의 사랑과 삶을 담백하게 보여준다.

10대의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대도시 이스탄불로 이주한 메블루트는 길거리에서 ‘보자’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보자는 우리 식으로 하면 ‘찹쌀떡과 메밀묵’쯤 된다. 1960∼1970년대 빈곤했던 시절, 우리에게 ‘차압쌀 떠∼억’이라는 향수 어린 외침이 있었다면, 이스탄불에는 ‘보오오자아∼’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메블루트는 어느 날 사촌 형의 결혼식장에서 한 여자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3년간 구애편지를 쓴 끝에 그녀와 함께 한밤중에 사랑의 도피행각에 성공한다. 하지만 밝은 데서 마주한 그녀의 얼굴은 그가 반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름은 라이하, 그가 매혹당한 사이하의 언니였다. 메블루트는 얄궂은 운명의 장난을 거역하지 못한 채 라이하와 결혼하지만, 평생 사이하를 가슴에 묻고 산다. 라이하도 메블루트가 첫눈에 반한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 여동생임을 알게 되면서 둘의 삶은 혼란에 휩싸인다. 줄거리는 지극히 통속적이다. 남녀 간의 운명적 사랑도 마치 조선시대 ‘보쌈’ 풍습이나, 개화기의 ‘신파극’을 연상시킬 만큼 케케묵었다.

그러나 이 소설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진부한 러브스토리 속에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이주민들의 척박한 삶, 가족 간의 사랑과 불화, 보자로 대변되는 이스탄불의 질곡의 역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설을 통해 지난 40여 년 동안 이스탄불의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다. 정치적 탄압과 종교 및 빈부 갈등, 전통과 현대의 충돌, 부동산과 건축물의 변화 등 평생 메블루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어떤 낯섦이 정교하고 방대하게 이어진다. “나 자신을 설명할 때 이스탄불을, 이스탄불을 설명할 때 나 자신을 설명한다”고 했던 저자의 말처럼 소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스탄불 40년 현대사’를 아우른다.

첫 장편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1982)의 사실적 묘사 이후 모더니즘으로 진화하던 저자가 다시 사실주의로 회귀한 듯한 느낌을 주는 수작이다. ‘순수박물관’(2008)에서 44일간의 사랑으로 미처 못다 한 이야기를 44년간의 사랑으로 확장한 느낌이다. 652쪽, 1만68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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