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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Global Focus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공동의 적’ IS 사라지자… 사우디 vs 이란 중동 패권다툼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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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 치닫는 ‘혼돈의 중동’

사우디 방문중이던 레바논총리
암살위협 이유로 돌연 사임 발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반군
미사일 발사…사우디 대응사격

이란 ‘시아파 벨트’ 복원 노리고
수니파 사우디, 美와 압박 작전

1400년간 이어진 충돌 되풀이
갈등 커지며 위기 다시 고조


‘레바논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 예멘 후티 반군의 리야드 부근 공항 탄도미사일 발사,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숙청….’

이슬람과 원유의 땅, 중동에서 지난 4일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일들이다. 최근 수년간 중동 지역 최고의 골칫거리인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국제 사회의 노력으로 점점 패퇴함에 따라 중동 지역에 오래간만에 평화가 깃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곧바로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세력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주로 한 수니파 세력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동 지역의 위험(리스크)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사우디를 방문 중이던 사드 하라리 레바논 총리는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다.

이란과 그 동맹 세력인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암살 위협을 사임 이유로 들었다. 같은 날 밤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고 사우디는 이를 수도 리야드 부근에서 요격했다.

사우디는 6일 “미사일 파편 조각을 분석한 결과 이란이 지원한 탄도 미사일이었다”며 탄도 미사일 배후로 이란을 공개 지목하고 예멘 봉쇄 작전에 돌입했다. 이란은 탄도 미사일 관련 사실에 대해 즉시 부인했다. 후티 반군 역시 자신들이 변형 볼란코-1 미사일을 자체 생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사우디 내부도 시끄러웠다. 사우디는 부정부패 혐의로 왕자들과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하는 한편 하라리 총리를 두둔하며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사우디는 “레바논 정부가 헤즈볼라를 배제하지 않는다면 레바논은 심각한 정치·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는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가 IS 격퇴 과정에서 이란, 러시아 등과 함께 시리아 정부군 지원에 나선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중심의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레바논, 예멘, 카타르 등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사우디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란과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이란의 장기간 경제 제재가 풀리는가 싶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협정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이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란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우디와의 사이가 더욱 긴밀해지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왕가 숙청 이후 올린 트위트 글에서 “사우디 살만 국왕과 왕세자를, 정확히 그들이 하는 일을 크게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린폴리시 잡지는 최근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난달 비밀리에 사우디를 찾아 며칠간 빈 살만 왕세자와 이란 대응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등 미국·사우디·이스라엘 간 이란 대응 협력 관계가 공고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와 이란 간 대립의 역사는 길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 칼리프(계승자) 선정 방식을 놓고 약 1400년 동안 충돌해왔다. 그러다 IS의 등장 이래 두 나라 간 갈등은 다소 묻혔지만 IS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면서 양국 간 패권 다툼이 재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친이란 시리아 정부군과 헤즈볼라 등을 지원하면서 ‘시아파 벨트’의 복원을 노리고 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헤즈볼라)으로 이어지는 시아파 벨트는 실제 IS 격퇴전을 통해 세력을 늘렸다.

사우디는 지난 6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수니파 국가들과 함께 카타르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테러 집단을 지원한다며 일방적으로 단교를 선언했는데 이 역시 이란에 대한 견제책으로 풀이된다.

한편 러시아는 러시아 나름대로 이란을 매개로 해 중동 지역에서 세력 확대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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