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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한경록과 크라잉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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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어두운 골목 한 귀퉁이에/ 초라한 그림자만 외로이/ 이 밤을 노래하고 있는데/ 한 줄기 빛이 내게 다가와/ 다시 걸어가라 내게 말하네/ 다시 노래하라 내게 말하네/새빨간 성냥개비들처럼/ 부딪쳐 다시 한 번 타올라.’ 펑크 록 밴드인 크라잉넛(Crying Nut)의 베이시스트 한경록(40) 작사·작곡·노래 ‘모르겠어’ 한 대목이다. 그가 작사·작곡해 명곡 반열에 오른 노래는 이 밖에도 많다. ‘시시한 걱정 따위 내게 말하지도 마’ 하고 시작하는 ‘케찹스타(Catch Up! Stars)’, ‘밟아, 밟아 보자’ 하는 ‘두 발 자전거’ 등.

1993년에 동네 친구 4명이 모여 1995년 공식 결성한 크라잉넛은 그와 박윤식(보컬) 이상면(기타) 이상혁(드럼) 김인수(키보드) 등 5인 체제로 개편해 첫 정규 앨범 ‘말 달리자’를 1998년 발표했다. ‘살다 보면 그런 거지’ 하고 시작해 ‘어이 거기 숨어 있는 친구/ 이리 나오라구’ 하고 끝나는 노래 ‘말 달리자’가 타이틀 곡이다. 그 앨범이 팔린 10여만 장은 한국 인디 밴드 역사상 최대였다. 이들의 잘 알려진 노래 중엔 1865년 미국 북군(北軍) 군가였던 헨리 클레이 워크 작사·작곡의 ‘마칭 스루 조지아(Marching Through Geogia)’가 원곡인, 한국에서 1910년대에 많이 불렸던 ‘독립군가’도 있다. 이들은 편곡하고 일부 개사해 2005년 새롭게 발표했다. ‘신대한국 독립군의 백만 용사야/ 조국의 부르심을 니가 아느냐’ 하고 시작한다. 또 다른 일부는 이렇다. ‘압록강과 두만강을 뛰어 건너라/ 악독한 원수 무리 쓸어 몰아라/ 잃었던 조국 강산 회복하는 날/ 만세를 불러보세’.

한경록은 별명인 캡틴 락을 예명으로 삼으면서 솔로 데뷔한 첫 앨범 ‘캡틴 락’을 지난 10월 25일 발표했다. 음악 만들기와 글쓰기가 평소 취미라는 그는 불혹의 나이에 새삼 데뷔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크라잉넛은 앞으로도 제 인생이니 지금쯤 나를 한번 돌아보고 싶었다. 어느덧 개인적으로 스케치한 30여 곡이 쌓여서 묵히지 말고 세상에 꺼내놓기로 했다. 아이덴티티를 위해선 숨결과 목소리가 담겨야 해서 부족한 보컬이어도 직접 불렀다.” 그런 그가 삶의 궤적을 따라 마음껏 만들고 싶었다는 그 앨범에 담긴, 로큰롤·왈츠·레게·탱고·폴카·포크 등 10여 개 장르가 녹아든 노래들을 들으며 늦가을의 한때를 보내는 건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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