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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박민 정치부장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0일(金)
대선 승자와 패자의 적대적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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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정치부장

바른정당이 지난 6일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하면서 4당 체제가 286일 만에 붕괴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성립된 4당 체제가 외형상 20대 총선 직후의 상황으로 회귀한 것이다. 그러나 이 3당 체제는 총선 민의의 재현이 아니다. 20대 총선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으로 새누리당은, 제1당인 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하는 전례 없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기득권에 안주한 더불어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축출당했고, 비례대표 득표율에서는 신생 정당인 국민의당에 1.2%포인트 뒤진 25.5%로 3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40석을 차지하며 3당 체제의 기대주로 등장했다.

따라서 신 3당 체제는 총선 민의의 배신이다.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복당 명분을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라고 밝혔지만, 국민 반응은 차갑다. 8일 공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복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25.4%(반대 61.3%)에 그친 것도 후한 결과다. 더구나 한국당은 연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놓고 친홍(친홍준표)계-복당파 연합과 친박(친박근혜)계가 벌써부터 세 규합에 들어갔고 원내대표 경선이 끝나면 친홍계와 복당파 간의 당권 경쟁이 예상된다. 국민의당 사정도 별 차이가 없다. 불과 2개월여 전에 당 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는 ‘정치적으로 종친 사람’이라는 원색적 비난과 함께 당 대표직 사퇴를 요구받자 탈당을 종용하는 발언으로 맞받아치는 등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내분과 정체성 상실로 앞가림도 못 하는 야당에 70% 안팎의 국정지지율까지 누리고 있는 여권은 ‘적폐청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핵심 법안 하나 만들지 못했고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정책 등 각종 정책에 대한 우려와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국정 운영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권으로 기운 정국이 이른 시일 내 균형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여권이 심은 ‘X맨’이 암약하고 있다는 설조차 설득력 있게 들릴 정도로 야당은 자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데 반해 여권은 정권 재창출을 겨냥한 정국 구상을 준비 중이다. 내년 초 적폐청산의 약발이 떨어지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방선거-개헌 투표 동시 실시 카드를 꺼내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방선거와 지방분권·인권 강화 개헌안을 묶으면 중간평가는 개헌 찬반 투표로 전환되고 그 결과는 여권의 지방권력 ‘싹쓸이’로 이어질 수 있다. 참패한 야권이 또다시 책임론과 이합집산을 겪으면 2년 뒤 치러질 21대 총선에서는 강력한 지방권력을 바탕으로 압승을 노려볼 수 있다. 선거의 결과가 국정 운영의 성과가 아니라 야당의 자멸과 여권의 정략으로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 지리멸렬의 시작은 대선 패배자들의 정치 일선 조기 복귀다.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과 뼈저린 반성,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홍 대표나 안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야당 재건과 여권 견제를 주장하며 대표가 됐거나 대표에 도전할 예정이지만, 결과가 야당 분열과 여권 방조로 이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붕괴된 야권 리더십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당연히 홍 대표와 안 대표, 유 의원이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안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통합해 26.7%에 달하는 20대 총선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통합 정당의 당권을 포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영호남 지역 정서나 대북정책에 대한 노선 차이를 극복할 수 없다면 어차피 중도층의 기대를 모으는 제3당이 될 수 없다.

홍 대표가 친홍계와 복당파, 친박계를 통합하는 유일한 길 역시 모든 건전 보수세력에 문호를 개방해 젊고 새로운 리더십을 발굴하는 것이다. 한 자릿수 지지율의 알량한 기득권을 누리려 한다면, 차기 대선에서 다시 기회가 올 수 있다고 믿는다면 대표 임기조차 지키지 못하거나 차기 대선에서 잊어진 후보가 된다. 견제를 제대로 받지 않는 정권은 독주와 독선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대선 승자와 패자의 이런 적대적 공생이 계속되면 대한민국 정치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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