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산실 사업’ 올해의 신작 22개 작품 선정… 108일간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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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8일부터 대학로서 공연
‘블랙리스트’ 단체 대거 뽑혀

‘도발·변형·확장’ 등을 통해 새롭게 약동하는 공연예술 창작 작품들이 내달 8일부터 무대에 오른다. 10년째를 맞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의 창작공연 지원사업 ‘공연예술 창작산실’은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공연될 신작들을 선정·발표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 사태로 피해를 본 단체들의 작품도 지원 대상으로 대거 선정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올해는 연극·무용·뮤지컬·전통예술·오페라 5개 장르의 22개 작품이 문예위의 지원을 받아 108일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 공연된다.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 논란을 소재로 한 도발적 작품. 작품은 “가짜(미인도)를 진짜라고 주장하면서 스스로 가짜가 돼 버린 사람들(학예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문제에 대한 판단도 내포하고 있다.

원작에 새로운 장르적 특성을 더해 변형한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김애란 작가의 단편소설 ‘물속 골리앗’을 몸짓으로 그린 무용 ‘물속 골리앗’,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무용 ‘인생의 사계를 그리는 춤-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이다. 정형화된 틀에 갇히지 않고 장르적 확장을 꾀한 작품으로는 디지털 영상과 아날로그적 감성의 전래동화가 만난 연극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 등이 있다. 연극계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오태석 연출가(극단 목화)의 작품 ‘모래시계’도 처음으로 지원을 받게 됐다.

창작산실 사업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창작극들을 탄생시키며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난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단체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사실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다. 그러나 올해는 극단 하땅세(연극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 놀땅(연극 ‘선을 넘는 자들’·사진), 백수광부(연극 ‘최서림, 야화순례기행전’) 등 블랙리스트 피해 단체들의 작품이 지원 대상으로 여럿 선정됐다. 특히 놀땅의 작품은 지난해 동일 내용으로 신청됐다 탈락한 적이 있다.

별개로 진행되는 문예위의‘오페라 창작산실’ 사업에서도 블랙리스트 1호로 불리는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1, 2차 심의를 통과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