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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3일(月)
미술시장 ‘한 축’ 발돋움… 書藝, 새 가능성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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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글서예의 어제와 오늘’ 경매에 앞서 마련된 프리뷰 전시에서 미술애호가들이 전시장에 걸린 서예 작품을 평가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케이옥션 제공

케이옥션‘한글서예…’첫 경매

54% 낙찰 · 총액 2240만원
‘풍경 달다’ 370만원‘최고가’

‘유물’취급에 미술시장 외면
초중등 교육과정도 사라져

“글씨 잘 쓰기에만 치중 말고
일반인 함께 할 방안 찾아야”


서예도 4000억 원대(예술경영지원센터 자료)에 이르는 국내 미술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케이옥션 경매장에서는 ‘한글서예의 어제와 오늘’(작은 사진)이라는 이색적인 경매가 열렸다. 한글서예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경매인 만큼 한글서예 관계자들과 함께 한글서예에 관심 있는 사람 80여 명이 경매에 참여했다.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된 작품은 이곤의 ‘풍경 달다’로 50만 원에 경매를 시작해 ‘서면, 현장, 전화’의 경합 끝에 무려 370만 원에 낙찰돼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경매는 54%의 낙찰률과 2240만 원의 낙찰 총액을 기록하며 끝났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한글서예 역사상 처음으로 열린 이번 경매를 통해 한글서예가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한글서예가 하나의 독자적인 예술로 인정받아 문화사적 가치를 가지고, 새로운 가치 탐색과 현대화 작업을 통해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에 참여했던 서예인들도 “이 같은 마당만 계속 차려진다면 서예도 미술시장에서 충분히 한몫하며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오늘날 서예는 예전에 누리던 위상이 땅에 추락한 상태다. 현재 서예는 고답적인 장르의 유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1970~1980년대 번성했던 서울 종로구 화랑가의 서예학원들은 모두 문을 닫았고, 서예전도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가 열리는 정도다. 그나마도 서예인들만의 잔치인 ‘공모전’ 일색이다. 또 미술시장에서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 같은 고미술품 외에 국내 현존 작가들의 서예작품 경매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중국의 생존하는 현대 서예 작가의 작품이 ‘1급 작가’의 경우 전지 사이즈(70×140㎝) 크기만 돼도 4000만~5000만 원 이상 호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화골동(書畵骨董)’이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조선시대에는 글씨인 ‘서’가 그림인 ‘화’의 앞에 있었다. 그런데 근현대로 접어들어 서구미술이 밀려들며 ‘서’와 ‘화’가 분리돼 ‘서’는 마치 예술 장르가 아닌 것처럼 취급당했다.

서예가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된 것은 학교 교육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89년 원광대에 서예과가 신설된 후 계명대, 대구예술대, 대전대, 경기대 등 수도권과 지방에 5개 서예과가 신설되며 ‘서예 붐’을 일으키는 듯하더니, 지금은 모두 폐과되거나 다른 전공과 통합해 운영되고 있다. 또 초중등 교육에서도 서예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김영기 한국서예단체총협의회 공동대표는 “서예만큼 올바른 인성 함양에 도움이 되는 장르가 없는데도 초·중·고교에 모두 서예과목이 있는 중국과 달리 국내 학교에서는 서예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서예인들은 “서예의 부활을 위해선 저변확대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내 주요 서예단체에서 개최하는 공모전의 초청 작가는 그 숫자가 무려 30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문제는 작가들 외에 막상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수집해야 할 일반인들은 그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모전이란 것이 ‘작가들만의 잔치’라는 사실을 서예인들마저 인정하고 있다.

서예가 현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서예인 자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최근 힘을 얻고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의 이동국 부장은 “서예가 서구미술 작품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작가들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글씨 잘 쓰는 것에만 치중해 두보, 이백의 시만 옮겨 쓸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과 변화상을 작품에 담아내는 ‘내용 있는’ 작품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mail 이경택 기자 / 문화부 / 부장 이경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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