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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구철 기자의 시네 비하인드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4일(火)
‘범죄도시’ 흥행, 시나리오 50번 고쳐쓴 절박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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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가 흥행세를 꾸준히 이어오며 손익분기점(200만 명)의 3배가 넘는 관객을 모았습니다. 이 영화는 13일까지 670만212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한국 영화 중 흥행 순위 3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형사가 조폭을 잡는, 흔한 소재와 주연 배우들의 티켓파워가 그리 세지 않다는 점, 그리고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흥행 성공이 당연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장르적 특징을 잘 살린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원한 장면들이 맛깔난 대사와 어우러져 다양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마동석(사진 왼쪽), 윤계상 등 주연은 물론, 조연과 단역까지도 살아 움직이는 연기로 영화의 맛을 한껏 끌어올렸습니다.

연출자인 강윤성(오른쪽) 감독은 영화판에 발을 들인 후 17년 동안 절치부심해온 ‘중고’ 신인입니다. 그는 주먹 한 방으로 징글징글한 조선족 조폭을 때려잡은 괴물 형사라는 중심축에 불필요한 곁가지를 붙이지 않고, 뚝심 있게 한길로 밀어붙였습니다. 대개 신인 감독들은 불안한 마음에 주인공의 전사(前史)를 설명하고, 어정쩡한 드라마를 끼워 넣기도 합니다.

강 감독의 ‘내공’은 끈기와 절박함에서 나왔습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을 보고,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감독이 되겠다”는 결심을 한 후 1998년 특수효과를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중간에 영화연출 석사과정으로 방향을 틀어 공부하던 그는 2000년에 한국으로 보낸 시나리오를 영화화하자는 한 영화사의 제안을 받고 급하게 귀국했지만 1년 만에 영화가 엎어지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후 중견 감독의 연출부에 들어가 촬영 현장을 경험했고, 다시 힘을 내 두 편의 시나리오를 내놨지만 모두 영화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한국 영화를 보며 “내가 감독이 되면…”이라는 생각으로 장단점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그는 10년 전쯤 선배의 소개로 만나 친구가 된 마동석과 의기투합해 만든 ‘범죄도시’ 시나리오를 50번 정도 고쳐 썼다고 합니다. 2003년 결혼한 그는 아내와 함께 구두·의류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가 아내가 힘들어해 그마저도 접고 ‘범죄도시’에 집중했습니다.

국내 영화 관계자들은 ‘범죄도시’ 흥행의 의미를 곱씹어야 합니다.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 흥행 공식을 답습하기보다는 작품이 지닌 특징을 잘 살리고,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에 힘을 실어주면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읽어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때 해운대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아버지의 격려 전화를 받고, 눈물을 글썽이던 강 감독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커집니다.

대중문화팀장
e-mail 김구철 기자 / 문화부 / 부장 김구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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