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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4일(火)
정치검찰 5년 주기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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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를 찾아가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곳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아니면 미래인지 헷갈릴 게 분명하다. 정권 단위로 목격되는 장면들이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공포가 엄습할 정도다. “너도나도 적폐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팽배해 있다”는 현장검사들의 토로가 빈말이 아니다. 경험상 공유된 집단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걸려 있다는 진단이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

과거 A1 정권의 세상. B1 부장검사는 위로부터 C1·D1 기업 비리 수사를 지시받았다. 청와대가 눈치를 줬는데도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문제의 기업들이다. 부정부패 척결에 사명감이 컸던 B1 검사의 머릿속에 권력욕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다. 눈엣가시 같은 야권 실세 E1 의원과의 부패 커넥션까지 파헤치는 부수 성과도 올렸다. 몇 년 뒤 D1 기업은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상관없었다. 늘 한 걸음 먼저 나갔던 B1 부장은 이후 청와대로부터 양심의 갈등이 일어날 만한 하명을 받았다. F1 국가기관이 나라를 위해 한 일인데 불행하게도 불법의 경계를 넘어서고 말았으니 이를 탈 없이 덮고 지나갈 수 있게 뒤처리를 깔끔하게 하라는 지시였다. 진실 찾기에 집요했던 동료 검사 B2의 수사마다 물타기를 하고, F1 기관 수뇌부와 긴밀한 조율 끝에 후환을 없애는 식으로 정치적 봉합에 성공했다. 비밀의 상자는 열릴 길이 없어 보였고 B2 검사는 한직에서 칼을 갈며 정의를 되뇌었다. 세상이 바뀌어 A2 정권. B2 검사는 화려하게 복귀했고, B1과 F1 기관 수장들의 과거를 단죄할 기회를 얻었다. 한편으로 C2, D2 기업 비리 수사를 진두지휘했고, 또 다른 정치적 희생양 E2 의원으로 타깃을 옮겼다. 세월이 흐른 뒤 등장할 A3 정권의 B3, F3에 의해 아직은 뭔지 모를 어떤 일로 엮일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행의 싹은 점점 커가고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을 향한 칼춤의 캐논(돌림노래)은 악보의 도돌이표에 따라 어김없이 같은 곳으로 되돌아간다. 미래에 등장할 Ax, Bx, Cx, Dx, Ex, Fx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같은 얼굴이다. 예고된 불행, 악마 같은 관행의 고리를 끊으려면 시스템과 인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칼을 통해서라도 권위를 확보하려는 정권, 정의감이 있건 없건 권력핵심에 접근하려는 검사의 화답, 둘의 손뼉이 마주치면서 완성되는 시스템을 허물지 않는 한 소용없다. 누구 책임이 더 큰지의 문제는 ‘정치검찰’이라는 말속에 힌트가 있다. 정권에 예속된 검찰, 정치하는 검찰이란 뜻이니 1차 책임은 정권에 있다. 그다음, 검찰이 정치라는 수식어를 떼고 순수검찰의 본성을 찾아야 한다. 과거의 불법, 현재의 단죄, 미래에 다시 가해질 철퇴, 모두 지나치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대의는 사라지고 없다. 도를 넘은 지나침은 정도(正道)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악행은 처벌하고 엄중한 진실은 밝혀내야 하지만, 검찰이 발표하는 최종 수사 결과가 한 치의 왜곡 없는 진실이고, 수사 과정에서 한 오라기라도 사심이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그 진실이 혹시 한쪽 편의 진실은 아닌가.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했다는 “철저한 인권 보장과 신속한 수사” 지시가 예사롭지 않다.

jupiter@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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