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8발진때 상공엔 편대비행… ‘입체작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3일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비행갑판 통제소에서 통제사가 ‘위저보드(Ouija Board)’로 불리는 상황판에 있는 모형 비행기 등을 이용해 현재 갑판 상황과 항공기 이착륙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해 = 국방부 공동취재단

- 레이건호 해상훈련 가보니

F-18 3초만에 갑판서 이륙
20분만에 11대 뜨고 내려
바다엔 함정 투입 공동작전
美핵항모 NLL 북상 첫공개
“훈련해야 동맹국 방어 가능”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노란색 조끼를 입은 승조원이 손을 올려 이륙 신호를 보내자, 미 해군 항공대의 핵심 전력인 F/A-18 슈퍼호넷 전투기가 로널드 레이건호(CVN-76) 갑판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나갔다. 전투기가 100m 정도인 갑판 위를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3초. 20여 분 사이에 슈퍼호넷만 9대, 전자전 공격기 EA-18G 그라울러 2대까지 총 11대가 갑판 위에서 뜨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사출장치인 캐터펄트가 핵 항모의 원자로에서 강력한 수증기를 뿜어 전투기의 이륙을 도왔다.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로 전투기 후폭풍이 강했다.

지난 13일 오전 국방부 공동취재단은 미 해군의 가장 오래된 항공기 중 하나인 ‘C-2 그레이하운드’를 타고 오산기지를 출발, 1시간여를 날아 북방한계선(NLL) 이남 울릉도 북쪽 동해 상에서 훈련 중인 로널드 레이건호 갑판 위에 내렸다. 시속 130㎞로 비행하던 C-2 그레이하운드는 갑판에 내려앉는 순간 순식간에 ‘제로’ 속도로 감속해 안전하게 착지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92㎞, 울릉도 동북방 92㎞ 해상에 있었다. 미 핵 항모가 동해 NLL 근방까지 북상한 것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항모 길이만 333ｍ, 폭과 높이가 각각 77m, 63ｍ로 한눈에 담기조차 힘들 만큼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전투기 등 67대와 헬기 11대를 보유하고 있는 로널드 레이건호는 1분마다 전투기를 출격시킬 수 있는 이함 시스템을 갖췄다. 이를 위해 비행기 이동 전용 엘리베이터 4대가 설치돼 있었다. 축구장 3배(1만8210㎡) 면적에 달하는 갑판 위에서 각기 다른 색상의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이 전투기 이·착함 업무를 통제하느라 바삐 움직였다.

이같이 혼잡스러운 것처럼 보이는 갑판 위의 모든 상황은 관제소 격인 ‘비행갑판 통제소’에서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통제사가 상황판으로 쓰이는 ‘위저보드(Ouija Board)’ 위에 모형 비행기들을 올려놓고 마치 체스를 두듯 움직여 가며 어지러운 갑판 상황과 대조했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지난 11일부터 동해 상에서 또 다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 니미츠호(CVN-68)와 함께 한국 해군과의 공동 훈련에 투입돼 훈련하고 있다. 레이건호가 속한 제5항모강습단 전체를 지휘 중인 마크 돌턴(사진) 준장은 이번 훈련에 대해 “세 개의 항공 부대, 각 강습단의 함정들이 바다와 영공에서 어떻게 조율하며, 서로 방해하지 않고, 작전할 수 있는지 연습할 수 있다”며 “(항모들이 이끄는) 항공기와 배가 많기 때문에 공동 작전을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 중국과 북한이 반발한 것과 관련해 돌턴 준장은 “이런 훈련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물론 동맹국 방어 능력이 저하된다”며 “훈련 중단은 결국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해 = 국방부 공동취재단·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