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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5일(水)
‘부부의 性’도 엿보는 IP카메라… 수시로 비번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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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개월간 IP카메라 1600대서
12만번이나 엿본 해킹범 검거
안방·화장실·탈의실 돌아가며
性관계 장면 등 24시간 ‘관람’

출시 때 쉬운 ID·비번 지정돼
인터넷 떠도는 번호에도 뚫려
설치후 반드시 비번 변경해야


가정집·미용실·커피숍·학원 등에서 방범·안전용 및 애완견 관리용 등으로 설치한 IP카메라가 사생활을 엿보는 기기로 전락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관련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용자가 비밀번호 변경 등 보안을 강화하지 않으면 뚫리기 십상이어서 사생활 노출 위험 부담을 안고 IP카메라를 사용해야 한다. 경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1600대가 넘는 IP카메라를 해킹한 A(36·무직) 씨의 집에서 컴퓨터를 압수하며 저장된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 타인의 안방은 물론 요가학원, 미용실, 카페 등을 몰래 들여다보며 저장한 고화질의 IP카메라 영상이 무려 888개(90GB)나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초부터 1년 9개월 동안 해킹한 1600여 대의 IP카메라를 무려 12만7000여 회에 걸쳐 들락날락하며 타인의 사생활을 엿봤다. 경찰이 A 씨의 해킹 내역을 분석한 결과, A 씨는 가정집 거실 TV 옆에 설치된 IP카메라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부터 집 안 은밀한 사생활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집에 사람이 없으면 요가학원 카운터 위에 달린 카메라를 클릭하고 들어가 여성 수강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소리 없이 지켜봤다.

특히 이 학원의 IP카메라를 들여다보다 여성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원격으로 렌즈 각도를 돌려가며 훔쳐볼 여성을 탐색하기도 했다. 한 상점에 설치된 IP카메라를 지켜보던 중에는 주인 여성이 카메라 앞에 앉아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이 나오자 영상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했다. 해킹해 놓은 카메라들을 서핑하다 속옷 차림의 부부가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는 모습이 나오거나 여성이 IP카메라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나오면 지체 없이 영상저장 버튼을 클릭했다.

또 미용실 천장에 달린 카메라로 여자 손님의 머리를 손질하는 장면, 제모·발 마사지 장면을 몰래 지켜봤다. 커피전문점 계산대 위에 설치된 카메라로는 여자 아르바이트생과 손님들을 지켜봤고, 공부방에서 학생들이 포옹하는 장면도 천장에 달린 IP카메라로 ‘관람’했다. A 씨는 해킹한 IP카메라가 혼자 사는 여성일 땐 인터넷창에 ‘즐겨찾기’를 해놓고 틈만 나면 한번 클릭으로 여성들의 사생활을 은밀히 서핑했다. 가장 많이 해킹한 1곳은 무려 5만750회에 달했고 2만9782회, 2만7089회 들어간 곳도 두 곳이나 됐다. 한마디로 자신이 IP카메라의 렌즈가 돼 혼자 사는 여성의 집 안방에 앉아 속옷 차림으로 다니는 여성을 지켜보고 커피숍, 빨래방, 미용실, 학원, 사무실, 식당 그리고 퇴근 후 다시 돌아온 집에서의 행동과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모습까지 24시간 훔쳐본 것이다.

지난 9월에도 보안이 허술한 IP카메라 1402대를 2300여 회에 걸쳐 무단 접속해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불법촬영, 녹화 영상을 훔친 혐의로 13명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붙잡혔다. 이들도 A 씨처럼 매장에 설치된 IP카메라에 무단 접속해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을 불법 촬영하고 필요에 따라 줌 기능과 촬영 각도 조절 기능을 조작해 여성의 은밀한 모습을 불법 촬영했다. 촬영한 영상을 캡처한 뒤 사진을 음란물 사이트에 올려 공유하기도 했다.

◇해킹된 IP카메라는 ‘투명인간’= IP 카메라는 값싼 3만 원부터 2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설치가 간단해 애완견 관리나 자녀 안전 확인, 보안 등 생활의 편의를 받기 위해 가정집 거실, 안방, 학원 입구, 옷가게, 금은방 등에서 경계 없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외부에서 유·무선 인터넷으로 접속해 간편하게 집 안과 가게 내부 등 실시간 상황을 스마트폰 등으로 볼 수 있어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로부터 해킹된 사실을 전해 들은 한 여성은 “24시간 감시당하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이 계속 쳐다보는 것 같아 생활할 수 없다”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이런 일을 당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 피해자가 되니 너무 당황스럽다”거나 “IP카메라 주변에서 옷을 자주 갈아입었는데 너무 수치스럽다. 영상이 유포될까 너무 불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하게 처벌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해킹범들은 누구 = IP카메라 해킹범들은 무직이거나 회사원, 대학생, 자영업자 등 평범함 사람들로 20∼30대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IP카메라 해킹 관련 글과 이미 해킹된 IP카메라의 주소를 보고 접속한 뒤 사생활을 들여다봤다. 이들은 대다수가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쉽게 수 천대의 IP카메라가 해킹된 것은 대부분 출시 당시 지정된 ID와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IP카메라는 관리자 ID가 ‘****’이거나 비밀번호가 ‘****’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설치 후 사용자들이 비밀번호 등을 바꾸지 않아 해커들의 표적이 됐다. 현재 값싼 IP카메라는 접속 주소와 해당 프로그램만 알면 누구든 해킹이 가능하다. 인터넷 주소창에 주소를 치고 접속한 뒤 관리자 모드에서 아이디만 치면 곧바로 영상을 볼 수 있거나, 인터넷상에 돌아다니는 설명서 초기 비밀번호를 무작위로 대입시켜 침입할 수 있는 IP카메라가 상당수다.

◇해킹 대처 방법 = IP카메라 해킹으로 사생활 침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수시로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중국산 저가 제품은 보안에 가장 취약해 제품 구매 시 반드시 비밀번호를 변경해 사용하고 타인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거된 사생활 침해범들은 단순 호기심에 죄가 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하지만 IP카메라를 해킹해 불법 촬영하거나 영상을 유포하면 성폭력죄인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으로 처벌돼 신상정보 공개 대상이 되는 중대 범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법에서 IP카메라 해킹은 정보통신망법 74조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영상을 불법 저장하면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창원=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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