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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5일(水)
‘안전자산 상징’ 달러貨 비중 축소… 원貨는 ‘중요한 기타통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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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의 글로벌 경제 이야기 - ⑩ 안전자산 부족과 새로운 기회

美 등 중심국 안전자산 독점해와
주변국은 외환보유액 확보 급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심국의 안전자산 공급 급감

기타통화는 눈에 띄게 증가세
換亂뒤 성장해온 한국국채 시장

日이어 아시아서 가장 큰 규모
韓, 금융발전지수 세계 6위 도약

국제금융시장 중심부 진입 기회
‘적격담보’인정 받는 게 첫 단추


# 1. 우리가 은행예금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 돈을 예치하는 것은 그것이 안전한 가치저장 수단이고 필요할 때 언제든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금이나 MMF와 같이 수익률이 낮지만 대신 위험이 매우 낮고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안전자산이라고 한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대부분 금융거래에서 일어난다. 금융거래는 식사비를 치르거나 영화관람권을 구입하는 현물거래가 아니다. 만약 이 거래를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신용카드사가 대납해 준 돈을 기일까지 갚겠다는 약속이 금융거래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금융거래는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에서 계약조건을 충실히 지키겠다는 약속을 담보로 이루어지며 여기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일어난다. 안전자산은 말 그대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그 가치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보에 영향받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도 위험이 없는 채권은 그 가치가 오직 만기수익률에 의존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구태여 그 채권의 발행자에 대한 정보를 찾을 필요가 없다.

수리경제학자 케네스 애로와 제라르 드브뢰는 안전자산이 필요 없는 최선의 경제를 제시했다. 경제주체들이 모든 경제 상황을 고려한 ‘완벽한’ 조건부 채권(contingent claims)을 사고팔 수 있다면 모든 불확실성에 완벽히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선의 세계에서는 안전자산, 나아가 안전자산을 필요로 하는 금융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차선의 세계에서 비로소 그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 세상에 완벽한 안전자산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장 덜 위험한 자산이 안전자산인 셈이다.



#2. 안전자산은 금융이 원활히 기능하기 위한 핵심역할을 수행한다. 안전자산은 금융시스템의 윤활유와 같은 유동성을 창출하는 담보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안전자산이 뒷받침될 때 실물경제는 원활히 작동된다.

국채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국채의 수익률 곡선은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의 가격을 책정하고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국채시장의 발전은 청산, 결제, 시가평가 등 금융인프라의 선진화를 주도하고 환매조건부, 국채선물 등 연관시장의 발전을, 궁극적으로는 단기자금시장에서 장기자본시장에 이르는 광범위한 금융시장의 발전을 가져온다.

동아시아 외환위기는 우리나라 국채시장이 크게 발전한 계기가 되었다. 1998년 금융구조조정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12조5000억 원의 국고채가 발행된 후 2015년 100조 원을 넘어섰다. 국고채 잔액은 1998년 말 18조8000억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3.6%에서 2016년 말 516조9000억 원으로 GDP의 31.6%로 늘어나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지역에서 가장 발전된 국채시장이 조성됐다.



#3. 글로벌경제의 안전자산은 중심국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주변국의 안전자산이 글로벌경제의 안전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심국만이 안전자산을 공급하는 현실은 환율변동의 파급효과가 중심국과 주변국에 전혀 다른 함의를 가진다. 페소화가 자국통화인 주변국이 달러화로 대외채권을 $100, 역시 달러화로 대외채무를 $200 발행해 대외채무가 대외채권을 $100 초과하는 경우를 가정하자.

만약 환율이 $1=PS1에서 $1=PS1.1로 10% 상승한다면 페소화 표시 순대외채무는 $100=PS100에서 $100=PS110로 확대돼 PS10, 즉 달러화 표시로는 $9.1가 증가한다. 상환해야 할 외채가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달러화로 대외자산을 $100 보유하고 있으나 대외부채를 자국통화인 페소화로 PS200를 발행한 중심국을 생각해 보자. 환율이 $1=PS1일 때 순대외부채는 $100=PS100로 앞의 예와 같다.

이때 마찬가지로 페소화 환율이 $1=PS1.1로 10% 상승했을 때 페소화로 표시한 대외채권은 PS100에서 PS110로 PS10가 증가, 앞의 예와 반대로 순대외채무는 PS10, 즉 $9.1가 감소한다. 중심국의 환율이 오를 때 외채는 주변국과 반대로 감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환율변동의 비대칭적 효과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주변국에서 부(-)의 충격으로 환율이 크게 오를 때 ―이를 통화위기 또는 외환위기라고도 하는데― 외채가 많은 금융부문, 정부부문의 부실화가 동반돼 금융위기, 외채위기로 확산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중심국들은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동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를 비롯한 위기 당사국들은 반대로 금리를 인상했다. 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론 폭등하는 환율을 방어하는 데 그 목적이 있었다.

국내외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고금리정책은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기업에 빌려주는 달러화 자금이 달러화로 평가한 담보가치에 의해 제약을 받는지 여부에 그 정당성이 달렸다. 환율의 폭등이 기업이 제공하는 담보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그만큼 외화자금, 즉 안전자산의 조달이 줄어들 때 실물경제는 깊은 불황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 안전자산을 생산할 수 없는 주변국은 자기보험으로서 중심국의 안전자산을 준비금으로 확충해야 한다. 나아가 주변국의 금융, 궁극적으로 실물경제활동은 조달한 안전자산의 크기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4. 안전자산의 부족은 글로벌경제의 오랜 이슈다. 2005년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멤버였던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안전자산의 부족을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높은 경제성장과 상대적으로 낙후된 금융에서 찾았다. 이들 나라는 스스로 안전자산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중심국의 안전자산, 즉 보유외환을 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전자산 부족으로 안전자산의 가치는 높아졌다(즉 실질금리가 내렸다). 이에 대응해 민간부문은 위험자산의 증권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안전자산을 만들어 공급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안전자산의 공급이 크게 감소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민간상표가 부착된 안전자산은 저신용 주택담보증권의 부실 여파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다음으로 유로존의 위기는 상당수 중심국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켜 안전자산의 공급이 또다시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간한 글로벌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전 세계 안전자산의 45%를 차지했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국채의 16%가 2016년까지 그 지위를 잃어버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 IMF의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작년 국제자본시장위원회(ICMA) 서베이에 따르면 유럽의 환매채시장은 담보부족에 따른 전례 없는 시장혼란을 겪었다.

게다가 중심국의 양적완화 통화정책은 국채를 중앙은행의 자산으로 편입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의 공급이 크게 감소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년 2월 일본중앙은행은 일본 국채의 40%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적완화는 본원통화가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대신 국채와 같은 질 높은 안전자산이 크게 감소하고 은행예금이 급증하는 가운데 담보시장이 위축돼 비은행의 유동성에 애로가 발생하는 금융 왜곡이 일어났다.

한편 위기 후 국제사회의 금융개혁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게 됐다. 예를 들면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국채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영(0)으로 하였다. 미국은 환매 시 담보채권의 재사용을 규제, 환매채시장이 위축되었다.

중심국의 중립적 통화정책기조는 안전자산을 중앙은행에서 다시 금융회사로 재배치함으로써 안전자산부족의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지적한 바와 같이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환매에 대한 규제강화로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글로벌경제는 안전자산을 다변화하는 추세가 일어났다. <그래프>는 IMF가 분기별로 발표하는 회원국 외환준비금의 통화구성을 보여준다. 글로벌금융위기 전 완만하나 달러화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유로, 엔, 파운드화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가 일어났다.

그러나 위기 후 기타 통화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안전자산이 부족하자 새로운 대안을 찾고자 하는 시장의 속성을 반영한 것이다. 원화는 기타 통화의 중요한 하나다.



#5. 9월 말 현재 외국인은 상장국채의 13.1%를 보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국채 2016’에 따르면 외국 중앙은행의 채권투자는 2008년 전체 외국인 보유의 10% 미만에서 2016년 6월 51.0%로 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외국 중앙은행 가운데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 국채는 글로벌경제의 안전자산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낮은 신용위험과 시장위험, 높은 시장유동성, 안정된 물가와 높지 않은 지정학적 위험 등 안전자산의 자격요건에서 찾을 수 있다.

신용위험과 물가, 지정학적 위험은 외화표시 장기국채의 신용등급에 반영되며 안전자산은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기준으로 AAA에서 AA 등급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AA로서 이 기준에 부합한다. 다른 신용평가사의 경우도 별 차이가 없다. 중심국 다수가 신용이 강등된 것과 반대로 우리나라는 상향된 결과다.

시장위험과 유동성은 국채시장이 원활히 제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이며 궁극적으로 금융발전의 정도에 의존한다. 최근 한 IMF 연구자는 심도, 접근성, 효율성을 기준으로 개별지수를 만들고 다시 종합해 금융발전지수를 나라별로 구축했다. <표>는 2013년 우리나라 금융의 해당 분야 순위를 보여주는데 종합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과연 전 세계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나라 금융이 발전했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나라 국채가 글로벌경제의 안전자산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어버렸으나 대신 안정을 얻었다. 이 안정은 우리나라가 글로벌경제의 중심부로 진입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 기회를 살리기 위한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은 우리 국채가 국제금융시장에서 글로벌 적격담보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문화일보 10월 25일자 22면 9회 참조)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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