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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His Story 게재 일자 : 2017년 11월 15일(水)
“변호사 왜 안하냐고? 장관까지 하고 후배검사에 부담주면 안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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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이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재단 사무실에서 법조계 현안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김경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

현재 검찰은 과부하 걸린 상태
만능해결사 아니라는 점 알아야

檢, 적폐 표적 돼 자괴감 들지만
1차적 책임 시인하고 猛省해야
법원, 극단적 이념·성향 배제
다양한 성향 스펙트럼 갖춰야

늦은나이 새 공직 맡는건 노욕
그 끝이 좋지않음도 많이 봐와

매년 범죄대책 심포지엄·강연
교도소·소년원 재소자 상담도
범죄방지위해 도시 환경 개선도
기부는 하고 나면 기분 좋더라


김경한(73)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법무부 장관 출신의 30년 공안통 ‘전관’이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고, 왜 공익 재단 이사장을 맡았는지도 궁금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한 ‘관전평’이 더 궁금했다. 당시 법조계의 예상을 깨고 김 이사장을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은인 격인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그는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점은 기자의 취재 욕구를 자극했다.

김 이사장은 적폐 청산과 관련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움직임이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적폐 청산 움직임에 ‘하명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검찰 후배들에 대해서는 “정치적 사건이 모두 검찰로 오는 것 같다”며 오히려 걱정하는 눈치다. 그는 “검찰이 사건을 너무 많이 하면, 실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할 얘기는 하겠다는 그의 답변에는 검찰 선배이자 고위 공직을 지낸 원로의 깊은 우려가 느껴졌다. 벌써 고희(古稀)를 훌쩍 넘겼다.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국범죄방지재단 사무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검찰과 대한민국의 앞날을 걱정하는 그의 얼굴에는 시종일관 수심이 가득했다.

“대한민국 검찰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검찰이 뛰어들고 있죠. 초동수사를 다 검찰이 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검찰로 넘어오는 사건 중 상당수는 사회가 소화해야 하거나 정치권에서 미리 걸러야 하는 문제들이죠. 수사 의뢰를 한다고 해서 검찰이 사건을 다 맡으면 안 되고, 범죄 단서가 있고 범죄 요소가 중하고 범죄 정황이 구체화한 사건에 한해 검찰이 나서야 합니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가 수사 의뢰 형식으로 사건을 검찰에 모조리 넘긴다는 비판이 많다고 기자가 운을 떼자 김 이사장의 검찰론이 줄줄이 이어졌다. 정치권과 검찰 후배들을 두루 겨냥한 충고다.

이야기는 ‘검찰의 중립성’ 요구와 관련된 문제로 흘러갔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검찰 개혁’을 공언한 뒤 다양한 루트로 액션 플랜을 진행하는 중이다.

김 이사장은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2가지를 들었다. 검찰에 쏠린 과도한 힘과 검찰의 중립적이지 못한 태도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이 권력에 붙어 불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해 ‘정치 검찰’이 됐다는 게 핵심 논지다. 그는 이어 이를 외면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소수의 검사가 대형 사건·사고 와중에 초동 단계부터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고 그중에서 모든 범죄를 빠짐없이 발굴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무엇보다 적절하지 않습니다. 검찰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거나 사건을 왜곡한다거나 하는 비판은 이런 요인에서 오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출범 6개월을 넘긴 문재인 정부 역시 과거 정부의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현재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위해 검사 247명 중 64명을 투입해 16건에 이르는 과거 수사를 전방위로 벌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변창훈(48)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해 숨졌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중 ‘그래도 문제는 검찰 조직에 있지 않은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검찰을 일종의 ‘정권의 도구’로 활용하는 정부도 문제지만, 이에 선을 긋지 못하는 검찰에 책임을 묻지 않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성과 충고가 답변으로 돌아왔다.

“검찰이 소위 적폐 청산의 제1 표적이 된 것에 대해 검찰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검찰 후배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지만, 오늘과 같은 위기 상황에 놓인 1차적 책임은 우리 검찰 스스로에 있다는 점을 솔직히 시인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검찰 선후배 할 것 없이 맹성(猛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다만, 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 힘 빼기’ 작업에는 분명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이사장은 “(민생 현장에서 범죄가 극성을 부리는) 지금은 ‘검찰 힘 빼기’가 아니라 ‘검찰 힘 보태기’를 해야 한다”며 “검찰의 힘을 빼버리면 가장 좋아할 사람은 범죄자 내지 잠재적 범죄자들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사정 권력이 아닌 민생 검찰과 관련한 대목에는 검찰에 제도적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해됐다. 순수한 검찰 권력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다.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는 공수처와 관련해서도 법조계에서는 출범 목적인 부패 척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 비리를 전담하면, 수사 전문성이 떨어지는 공수처가 이들의 비리를 제대로 단죄하지 못하고, 수사 영역을 빼앗긴 검찰도 고위 공직자에 대한 내사나 수사에 손을 놓아 ‘수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위직 부패 척결을 위해 만든 기구로 인해 고위직 비리가 판을 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인사들이 사법부 고위직을 장악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질문했다. 답은 이랬다. “고대 희랍 시대부터 정의의 여신상은 안대로 두 눈을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습니다. 그중 눈가리개와 저울은 정의를 실현하는 데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균형 감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사법부 특히 대법원의 구성에 이러한 여신상의 정신만 구현돼도 기본은 다 된 것이죠. 따라서 이념이든 성향이든 지나치게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은 배제해야 합니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고루 선정돼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그의 사무실에는 잔잔한 클래식이 끊임없이 흘렀다. 인터뷰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기자의 귀에 음악이 들렸고, 그의 인생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인생 후반기의 주 업무가 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을 맡게 된 이유를 물었다.

“이 재단은 약 23년 전인 1994년 정해창 전 법무부 장관께서 주축이 돼 설립·운영해온 공익 재단법인입니다. 여러 해 전부터 정 전 이사장께서 후임 이사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저는 여러 이유로 사양했어요. 그러다 재단 창립 20주년이 되는 지난 2014년에 계속해서 이사장직을 회피하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퇴임 후 범죄 방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나름대로 저의 경험을 살리는 길이고,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어요. 그래서 이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다소 생소한 재단 활동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수심이 가득했던 그의 표정은 밝아졌고 말도 빨라졌다.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 문제는 검찰이나 경찰 등 법집행기관이나 정부의 힘만으로 대처하기 어려워요. 민간인들이 검경과 공동으로 대처해나가는 게 필수적이죠. 당초 재단은 유엔의 범죄 문제에 관한 국제적 협력의 한 분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국내로 눈을 돌렸죠. 매년 몇 차례씩 범죄 대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학술 강연회 등을 해요. 교도소·소년원 재소자에게 상담을 해주고 이들을 상대로 문화 행사도 벌이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범죄 예방 관련 민간단체나 학회에 정기적으로 재정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하루 대부분을 이곳 사무실에서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일을 하는 게 아주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재단을 맡은 지 3년이 돼 가는데, 그사이 재단 회원이 1000여 명이 됐어요. 재단 규모가 커진 것이지요. 성과도 꽤 있어요. 지난해에는 재소자 정서 순화 차원에서 안양여자소년원 원생 3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창단했습니다. 올봄에 아주 감동적인 창단 공연을 열었습니다. 또 서울 변두리 우범 지역의 골목에 벽화를 그려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도시 환경을 바꾸는 일도 하고 있어요.”

현재 김 이사장은 변호사 직함은 달고 있지만, 민형사 사건을 일절 맡지 않고 있다. ‘전관’으로 활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법무부 장관을 할 때 모두 3번의 인사를 했어요. 장관으로 인사권을 행사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후배 검사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는 변호사 활동을 계속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후배들한테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김 이사장은 때마다 되풀이되는 법조계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해서는 “최근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 문제가 된 변호사들의 경우, 그것이 반드시 전관예우 때문인지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사회 통념이 이를 용인하지 못할 정도라면, 해당자들의 자숙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가 변호사 활동을 처음부터 안 한 것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2002년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물러나 몇 년간 대형 로펌에 소속해 있었다.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됐는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로펌의 대표 변호사로 일할 당시 고소득을 올린 것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비판이 있었다. 그는 “큰 하자는 아니라며 의원들이 부적격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얼핏 그가 대학, 각종 장학회 등에 매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부를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기부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김 이사장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규모는 되지 않는다”며 “기부할 때는 아깝게 생각되지만, 하고 나면 기분 좋은 것이 기부더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때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2013년 74세의 나이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권력욕은 나이와 상관없다’는 말도 떠올랐다. 그의 나이는 73세다. “혹시 다른 공직에 대한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두괄식으로 단호하게 답했다.

“없습니다. 다른 공직을 운운할 군번이 지나도 한참 지났어요. 과거 장관직을 관둔 이후에도 한두 번 제의가 있었지만, 모두 응하지 않았습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공직을 맡는 것은 대부분 노욕의 발로이고, 흔히 그 끝이 좋지 않음을 많이 봅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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