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이오뱅크’ 구축 기대효과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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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열 중앙보훈병원장

중앙보훈병원은 지방보훈병원 4곳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200만 국가유공자와 가족을 위해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풍부한 의료 경험과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공공의료 선두 주자로서 혁신을 이뤄내고자 노력 중이다. 대표적으로, 환자들의 생체 데이터를 축적한 ‘바이오뱅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바이오뱅크란, 인체로부터 채취한 인체 유래물을 보존·활용·제공하는 의학 연구 시설이다. 이를 통해 중앙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는 물론 국민을 위한 맞춤형 정밀의학을 실현할 계획이다.

보훈병원은 정밀의학 사업을 추진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의료기관이다. 보훈병원은 고엽제 후유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전쟁 관련 질환에 특화돼 있다. 평균 연령이 70세에 이르는 고령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치료해 오면서 노인성 질병에 대해서도 최고 수준의 의료 품질을 확보했다. 보훈병원이 쌓아온 생체 데이터와 병록은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튼튼한 초석이 될 것이다. 이러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바이오뱅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초 개소를 앞둔 ‘보훈의학연구소’에서도 바이오뱅크를 최우선 주제로 삼아 발전시킬 예정이다.

정밀의학 시대를 성공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보훈병원 자체의 역량과 노력뿐 아니라 국가적 지원이 절실하다. 롤 모델로 꼽는 미국의 ‘매버릭연구소(매사추세츠 참전유공자 역학연구 정보센터)’는 2009년 미 보훈병원을 통해 ‘100만 참전유공자 프로그램(MVP)’이라는 메가 바이오뱅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현재 미 보훈병원 중 55곳이 바이오뱅크에 참여, 10년 동안 55만 명의 혈액 표본을 모았다고 한다. 프로그램 책임자 마이크 가지아노 박사는 이러한 성장의 배경으로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을 꼽았다. 연간 운영비 250억 원이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집중형 바이오뱅크 구축이 시급하다. 가지아노 교수는 생체 데이터의 보관은 물론 연계·가공·관리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첨언했다. 현재 미국 바이오뱅크는 웹 기반으로 통합 관리되고 있으며, 추후 슈퍼컴퓨터가 치료 전략까지 제시하는 구조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의료진부터 환자 상담사, 데이터 입력자, 의료정보 분석가, 데이터센터 기술자까지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듯 바이오뱅크라는 거대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과 그에 걸맞은 예산,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

바이오뱅크를 필두로 하는 정밀의학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첫째, 혈액 표본 등의 거대한 생체 데이터가 맞춤형 진단과 치료를 위한 건강 데이터 표준을 제시해 주고, 미래 의학의 방향과 테마를 발굴하는 데 기초가 될 것이다. 둘째, 실제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전상 관련 질환 및 노인성 질병의 분자유전자적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 진단법과 치료법도 개발돼 정밀의학 분야의 연구 주제가 무수히 탄생할 것이다. 셋째, 바이오뱅크를 구축하려면 많은 필수 의료 장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비임상 분야 내 의료 장비 개발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이미 중앙보훈병원은 보훈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들과 바이오뱅크 TF팀을 운영하며 구체적인 개념 설계를 시작했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굴하고자 하는 연구 과제도 공동으로 추진한다면 국가 경쟁력 확보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우리나라 의료 산업을 위해 국가의 전방위적 지원은 물론 유관 기관과 연구진의 동참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