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창원터널 화물차 폭발사고 계기로 안전시스템 총체적 점검을

최근 창원 터널에서 발생한 화물차 폭발사고는 대한민국 교통안전의 제도적 모순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터널 화재사고는 대형 참사를 일으킬 수 있기에, 이번 사건은 철저히 그 문제의 심각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터널 화재사고의 대부분은 사소한 사건·사고에서 비롯된다. 차량 단독의 고장이나 차량 간의 충돌·추돌로부터 터널 화재는 시작된다. 터널 내에서 화재사고가 시작되면, 화재에 따른 연기와 정전 때문에 출입구를 찾지 못해 인명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대표적인 예로 1999년 3월 프랑스 몽블랑 터널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39명이 사망했고 33대의 차량이 전소됐다. 다행히도 창원 사고는 터널 입구에서 발생해 피해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도 터널 내에서 차량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단언할 수 있겠는가.

교통사고는 인적 요인, 도로·환경적 요인, 차량 요인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인적 요인, 즉 운전자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 운전자 요인 관점에서 보면, 이번 사고 운전자가 화물운송 종사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로 화물운수사업에 줄곧 종사해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자격자 문제는 교통안전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제도적 허점도 노출시키고 있다.

화물운수사업과 관련한 여러 제도는 화물운송 종사 자격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만일 무자격자가 사업용 화물차에 사용되는 연료에 대해 정부가 지급하는 유가보조금을 받고 있었다면, 부정 수급에 관한 정부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방증이고 우리가 낸 세금이 허투루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사고 운전자가 사업용 화물차 운전을 시작한 2006년 이후 무려 46차례나 크고 작은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운전할 수 있게 방치됐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결국 국가 교통안전 기본계획상의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규제 또는 재교육 등의 시스템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고 운전자 연령이 76세의 고령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증폭하고 있으며, 고령자 운전면허에 관한 도로교통법도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편, 사고 차량에 실린 기름통에 대한 결박 문제도 언급돼야 한다. 위험한 기름통들을 뚜껑이 없는 적재함에 싣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고속으로 주행하는 화물차를 어떤 경찰도 적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직무유기일 수도 있다. 이제라도 유류나 위험물을 수송하는 화물차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터널에 등급을 매겨 위험물 차량 통행은 되도록 인구 밀집지역과 차량 교통량이 많은 터널을 피해 우회하도록 터널 통행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폭발 위험이 있는 화물을 실은 차량 등의 터널 통행을 규제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하주차장, 주차타워, 교량 등에선 공공 안전성을 이유로 LPG나 CNG 같은 가스 차량까지도 통행 규제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터널 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를 촉구해 본다.

홍창의·가톨릭관동대학교